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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정원가의 열두 달ㅣ카렐 차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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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원가의 열두 달ㅣ카렐 차페크 Karel Capek


정원을 가꿔본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의 환호성을 지를 만큼 정원가의 하루와 1년을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책입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수필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의 에세이 <정원가의 열두 달>입니다.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를 촌철의 위트로 풍자한 작품을 다수 남긴 카렐 차페크는 평생 정원을 손수 가꾼 정원가 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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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정원가 한 명을 친구로 둔 제게는 모종이나 날씨에 그토록 집착하는,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또 묘목을 사러 가는 그 친구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됐습니다. <정원가의 열두 달>은 정원 가꾸는 일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발견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소년들은 직접 키우지도 않은 인생의 열매를 무분별하게 따 먹는다. 인간이 정원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성숙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친가 쪽 외가 쪽 조부모님 댁에 모두 흙이 있는 정원과 화단이 있었습니다.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쪼그리고 앉아 흙을 만지고 잡초를 뜯으시던 모습,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화단에 물을 주시던 모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지금 부모님 댁 베란다에도 화분이 가득합니다. 정원을 가꾸는 '아이'는 어딘가 어색한데 정원을 가꾸는 '노인'은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카렐 차페크는 이 책에서 정원가가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면 '무척추동물'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며 정원가에게 등뼈란 하등 쓸모없다고 말합니다. "아이고, 허리야!"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가장 많이 내뱉는 감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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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삽화는 글만큼이나 위트 있습니다. 그림은 카렐 차페크의 형이자 동료인 요제프 차페크(Josef Capek, 1887-1945)가 그렸는데 몇 편의 작품을 공동 집필한 만큼 서로의 작품을 깊이 이해한 형제입니다. 

 

 

정원가가 작은 모종을 들고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곡예사 뺨칠 정도의 유연성으로 심을 곳을 찾는 모습, 4월의 정원가를 묘사한 이 페이지가 가드닝 분야의 명저로 불리는 이 책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고 여겨집니다. 정원을 가꿔본 적도 정원을 가져본 적도 없는 제가 공감할 정도이니, 차페크 형제의 글과 그림은 탁월합니다. 

 

4월의 정원가가 어떤 존재인지를 내게 묻는다면, 시들시들한 묘목을 손에 쥐고 손톱만큼의 빈 땅이라도 찾기 위해 작은 정원을 스무 바퀴쯤 빙빙 도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 카메라 삼발이처럼 팔다리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면!

 

<정원가의 열두 달>에서 카렐 차페크는 인생 이야기도 종종 꺼내놓습니다. 차가 고장 나거나 시계가 고장 나는 등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든 손쓸 방도가 있지만 자연의 섭리, 날씨 앞에 인간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고백합니다. 정원가로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성숙한 인간만이 정원가가 될 수 있다는 카렐 차페크의 말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가꾸는 이유, 카렐 차페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들은 늘 한 발짝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해마다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한다. 신의 가호로 고맙게도 우리는 또다시 한 해 더 앞으로 나아간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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