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테오의 13일ㅣ로렌차 젠틸레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본 어른의 세상은 종종 삭막하고 불안해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주인공이나 화자가 어린이인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들에 더 확신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른이라면 어떤 대답이나 반응을 해야 할까.. 이 책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테오의 13일>에서는 그 답을 같이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 소설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테오의 13일>에서는 8세 테오가 주인공이자 화자로 나옵니다. 작가 로렌차 젠틸레(Lorenza Gentile, 1988)는 이탈리아의 신인 작가로 이 책은 그의 데뷔작입니다. 책의 줄거리는 여덟 살 소년 테오가 '승리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오래전 세상을 떠난 나폴레옹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좌충우돌 13일간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오의 부모는 늘 싸웁니다. 매일 집에선 큰소리가 나고 여덟 살 테오는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테오는 어느날 <나폴레옹의 모험>이라는 책을 선물 받고 승리의 대명사인 나폴레옹을 직접 만나 가족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 방법을 알아내기로 합니다. 문제는 나폴레옹은 이미 1821년에 죽었다는 것!
나폴레옹을 꼭 만나야 한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여기서부터 테오의 혼란과 고민이 시작됩니다.
테오는 용감한 소년입니다. 죽은 아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저승까지 갔던 오르페우스, 그리고 언젠가 피아 선생님이 하신 "이런 겁쟁이! 어떤 문제든 적어도 한 가지 해결책은 있는 법이야."라는 말을 되새기며 나폴레옹을 만날 방법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마침내 테오는 나폴레옹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로 합니다. 엉뚱하지만 여덟 살 순수한 아이의 생각은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런.
우리 집의 행복을 되찾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 누나도 다시 행복해질 것이고, 나도 그럴거다. 비록 그때가 오면 나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하철에서 뛰어내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로 한 바로 그 날, 테오는 지하철 역에서 노숙하는 루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나폴레옹'이라 부른다고 소개하고 테오에게 승리하는 비결도 전수해 줍니다.
비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를 너무 작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인생에서 필요한 건 그것뿐이지. 항상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13일간 머리를 싸매며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해 애쓴 테오는 결전의 그날 '나폴레옹'을 만났으며 '승리의 비결'도 알아내게 됩니다.
내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 여기면 그만이다. 매일매일이 그 책의 한 페이지이며, 오늘의 페이지를 넘기면 또 이렇게 쓰여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여덟 살 테오는 '나폴레옹'의 조언대로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며 살기로 합니다. 모든 어려움을 겪어 낼 것이고, 매일매일 그 일을 반복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어린 아이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 쓴 소설은 흐름상 매끄럽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 곳곳에 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천진함이 느껴집니다. 가정불화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여덟 살 아이는 이렇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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