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우8ㅣ조지 손더스 George Saunders
초입에서부터 매우 독특한 문체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 1958)의 단편소설 <여우8>입니다. 그 '독특한 문체'는 인간의 말을 어깨너머로 배운 여우의 것인데 주인공이자 화자인 '여우8'은 우연히 엿듣게 된 인간의 말에 반해 인간의 말을 배운 조금 특별한 여우입니다.
잉간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보여줄 수 잇다니, 기분이 증말 조앗서요. 다시 말해, 지구의 미래애 히망을 느꼇죠!
인간에게 숲이라는 삶의 터전을 빼앗긴 여우들, 친구 여우들을 잃어버리고 절친한 '여우7'이 인간들에 의해 잔인하게 린치 당해 목숨을 잃는 현장을 목격한 '여우8'은 어설픈 인간의 말로 경고 메시지를 남깁니다.
독짜께, 우선 이 말부터 할께요. 내가 글짜를 틀리게 쓰더라도 이해하새요. 난 여우라서 그래요!
자연이 주는 경고 메시지를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일깨우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라니, 그 설정부터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오죽하면!
여우들이 사는 숲에 인간들이 트럭을 몰고 와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그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세웁니다. 집과 먹을 것을 모두 잃어버린 여우들은 쇠약해져 갑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여우8'은 절친 '여우7'과 함께 먹을 것을 구하러 쇼핑몰에 갑니다.
그래서 당신들 잉간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잇서요. 그런 멋찐 몰을 만드는 동물이 어떠케 여우7에게 그런 짓을 해서 내가 그때 봣던 그런 모습으로 만들 수 잇죠?
푸드코트에서 몇몇 친절한 인간들에게 먹을 것을 얻은 '여우8'은 인간과 여우의 평화로운 공생을 잠시 꿈꿉니다. 그러나 쇼핑몰 주차장에서 마주친 끔찍한 인간들에 의해 '여우7'을 잃게 되고 그 희망도 산산조각 납니다.
당신들 잉간이 여우 따위가 하는 충고 한마디를 바다들인다면 어떨까요?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답장을 기다릴께요. 여우8
'여우8'에게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지나친 소비주의와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지구에 화해를 청하는 일,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해 기본적은 예의를 갖추겠다는 진지한 약속. <여우8>은 우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윤리적 교훈들로 가득한 편지입니다.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내려온 멧돼지 소식이 며칠 전에도 안전문자로 왔었는데... 미아내요!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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