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ㅣ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는 미학, 기호학, 문학, 문화 비평 등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이로운 저술 활동을 펼친 학자입니다. 2016년 출간된 그의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같은 해 타계한 움베르토 에코가 이 땅의 '바보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서 제목은 <Pape Satán Aleppe: Chronicles of a Liquid Society>으로 단테 「신곡」 지옥편(VII.1) 첫 대사를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그의 칼럼 '미네르바 향낭(Sachets of Minerva)' 가운데 최근의 글들을 모은 것으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이 처음 사용한 '유동 사회(Liquid Society)'라는 개념을 전체의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위기, 정당의 위기, 고삐 풀린 개인주의, 이러한 환경 속에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책입니다.
이런 유동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을까?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자각하고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 된다.
기준점을 상실한 채 이리저리 표류하는 사회, 21세기의 정체성과도 같은 '유동 사회'는 희망이 있을까요.
한국어판 책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긴 하지만 역시 직관적입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는 '사생활의 상실'이라는 소제목 아래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프라이버시에 관한 괴이한 현상에 관해 물음을 던집니다. 여기서는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의 '고백 사회'라는 개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여러 권력 기관의 통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열정적인 기여 덕분에 우리를 '고백 사회'로 이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비밀 탐지의 대상이 비밀을 캐야 하는 스파이의 일을 덜어 주려고 그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러한 항복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그들이 존재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동 사회'가 문제라고 인식한다는 가정 하에 이제 해법이 궁금해집니다. 답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숙제이지만 저자 움베르토 에코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슬쩍 내비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절망에 빠진 제3세계 주민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집에서 바보상자 앞에 앉아 있는 대신 자기 자신을 찾으러 떠나는 사람들이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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