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기치 못한 기쁨ㅣC.S.루이스, 자전적 신앙 에세이
세계 최고의 기독교 변증론자인 영국 작가 C.S.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자전적 신앙 에세이 <예기치 못한 기쁨>입니다. C.S.루이스는 기독교 서적인 <순전한 기독교>,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환상소설인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부모의 사망을 계기로 무신론자가 되었던 C.S.루이스는 30세 이후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하게 되는데, 자신이 어떻게 기독교로 회심하게 되었는가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무신론자에서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그들이 내가 '기쁨'이라고 부르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경험했느냐에 달려 있다. _'서문' 가운데
C.S.루이스의 어머니는 그가 열 살 때 암으로 돌아가시는데 C.S.루이스는 당시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평온하고 듬직하던 모든 것들이 그의 삶에서 사라져 버렸으며 예전의 안정감은 다시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신을 믿던 소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차츰 염세적인 무신론자가 되어갑니다. 학창 시절에는 로버트 볼(Robert Ball), 루크레티우스(Lucretius) 등을 읽으며 무신론에 힘을 싣게 되는데 당시 자신의 상황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금씩 신앙을 버리면서 배교자가 되어 갔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씩, 이 모든 것들이 본래의 '기쁨'과는 아주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지식은 한껏 늘되 즐거움은 그만큼 사라져 버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완고한 무신론자로 살아가던 C.S.루이스에게 하나님의 크고 작은 부르심이 나타납니다. 체스터턴의 <영원한 인간 The Everlasting Man>을 읽게 되고, 과격한 무신론자인 친구로부터 복음서의 신빙성에 관한 말을 듣게 되며, 조지 맥도널드의 <판테스티스 Phantastes>를 우연히 사서 읽게 됩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완전히 포위하시기 전에 전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라고 할 만한 순간을 허락'해주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 친구를 만나는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은 경이 그 자체이다. 평생에 자신과 정말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은 없는 것 같다.
C.S.루이스는 33세에 마침내 기독교로 회심하게 됩니다. '탕자'보다 못한 자신을 받아준 신께 '하나님의 준엄함은 인간의 온화함보다 따뜻하다. 그의 강요는 우리를 해방시킨다'라는 말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C.S.루이스는 예기치 못한 '기쁨' 후의 삶에 관해 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서술하고 있는데 제가 공감하는 몇 가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ㅣ마음 상태의 추이에 관한 자질구레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 즉 '나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
ㅣ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나에 관한 일기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습관을 고쳤다는 것
회심 후 믿음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한 C.S.루이스의 '표지판' 비유는 아마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공감할 텐데 저 역시 그렇습니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표지판'을 찾는 일이 중요하지만 표지판을 만나 제대로 된 길에 들어선 사람은 더는 지체할 것이 없습니다. 방향을 알았으니 표지판보다 중요한 것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기쁨>의 마지막 문장은 '기쁨'을 얻은 그리스도인이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인간적인 C.S.루이스의 고백이자 모든 그리스도인의 고백과도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길가의 하찮은 것들을 들여다보느라 발걸음을 멈출 때도 아주 없지는 않다.
가다가 넘어지고 지체할지라도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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