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질문의 책 Libro de las preguntasㅣ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남미 칠레의 20세기 대표적인 시인이자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의 시집 <질문의 책 Libro de las preguntas>입니다. 이 책은 1974년에 출간된 파블로 네루다의 후기작으로 74편의 시, 300개가 넘는 질문이 담겨있습니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흔이 다 된 작가는 어떤 질문들을 품고 살았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상력 풍부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 같은, 그러나 무척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초현실적인 질문들입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_시 44
이 책은 파블로 네루다가 1973년 9월 세상을 떠나기 불과 얼마 전에 마무리된 시집입니다. 70의 노인이 된 작가는 '그 아이'가 궁금해집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철없고 순수한 어린 시절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데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고양이는 얼마나 많은 질문을 갖고 있을까? _시 8
파블로 네루다는 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는 듯합니다. 아니면 마을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줬거나. 고양이의 눈과 얼굴 표정, 몸짓을 보면 세상에 얼마나 궁금하게 많은 존재들인지 알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 왜 나는 원치도 않으면서 움직이고 / 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지? _시 31
이건 마치 제 일상을 묘사한 것과 다름 없는 시입니다. 대체 무엇을 하러 왔길래 이토록 가만히 있질 못하는 건지, 파블로 네루다는 이제 답을 얻었을까요. 저는 여전히 알지 못하고 궁금합니다.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_시 9
'하늘을 본다'라는 말에는 거의 대부분 구름을 본다는 의미가 포함돼있습니다. 한 순간도 같지 않은 구름,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 덧없음이 우리 인생을 닮아 자꾸만 보고 싶은 건지, 덧없는 풍부함에 감사할 뿐입니다.
파블로 네루다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 / 어리석은 일이 인생에 있을까? / 콜롬비아 하늘에는 / 구름 수집가가 있나? / 우산들의 집회는 왜 / 항상 런던에서 열리지? _시 32
구름을 수집하는 콜롬비아의 하늘, 우산 집회가 열리는 런던, 두 지역의 특성을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름 수집은 콜롬비아에서 하고, 비는 왜 런던에 쏟아붓습니까.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 실린 시는 때로 맥락을 찾을 길 없는 엉뚱함이 매력입니다.
우리의 삶은 두 개의 모호한 명확성 / 사이의 터널이 아닐 것인가? _시 35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모호한 명확성 사이의 어떤 것을 우리는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터널'이라고 표현한 게 정말 탁월합니다.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가야하는지, 끝은 있는지, 비슷한 풍경만이 연속되는 터널이야말로 인생과 다름없습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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