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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시대의 소음ㅣ줄리언 반스 Julian Bar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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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대의 소음 The Noise of Timeㅣ줄리언 반스 Julian Barnes


"그는 남은 용기는 모두 자기 음악에, 비겁함은 자신의 삶에 쏟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소련의 천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1906-1975)의 생애를 재구성한 소설 <시대의 소음 The Noise of Time>입니다. 대학시절 친구가 쇼스타코비치를 좋아해 같이 많이 들었었는데 발랄한 작품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고통스러운 그의 생애에 이질감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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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Julian Patrick Barnes, 1946)로 이 책 <시대의 소음>은 2016년 출간한 장편소설입니다. 소련 스탈린 치하에서 활동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극적인 일생, 거대한 권력 앞에 선 한 인간의 나약함을 심도 깊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대의 소음>은 쇼스타코비치의 굴곡진 인생을 세 부분으로 나눠 조명하고 있습니다. '층계참에서', '비행기에서', '차 안에서', 각 장의 첫 문장은 거의 동일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처한 그때 상황이 모두 최악이라는, 공포와 수치가 뒤섞인 감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가 아는 것은 지금이 최악의 시기라는 것뿐이었다. 하나의 못이 다른 것을 몰아내듯이, 하나의 두려움이 다른 두려움을 몰아낸다. 하지만 수치심만은 아니다. 공포와 수치가 뒤섞여 빙빙 돌아갔다. _<시대의 소음> '비행기에서' 

 

 

스탈린 치하 엄혹한 체제에 반하는 목소리를 낸 동료들이 매일 한 명씩 잡혀가는 상황, 쇼스타코비치는 최소한의 창작 활동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은 삶을 살아냅니다. 그의 작품에 정부의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하고, 사회로부터 기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것을 보면 국가의 체제가 인간을 얼마나 비겁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공포를 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그들은 공포가 먹힌다는 것을 알았고, 심지어 어떻게 먹히는지도 알았지만 공포가 어떤 느낌인지는 몰랐다. 흔히들 하는 말로, "늑대는 양의 공포에 대해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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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는 이제 더는 살해당할 위협은 없지만 "끝없는 공포보다는 죽음이 낫다."라는 말로 당시 스탈린 치하에서 그가 겪은 몸에 낙인처럼 새겨져 버린 두려움을 설명합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듣는 자, 기억하는 자, 그리고 술 마시는 자

 

쇼스타코비치는 비록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일생동안 당시 겪었던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술을 끊을 수 없고, 듣는 것을 그만둘 수도 없으며, 기억하기를 멈출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영혼은 셋 중 한 가지 방식으로 파괴될 수 있다. 남들이 당신에게 한 짓으로, 남들이 당신으로 하여금 하게 만든 짓으로, 당신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한 짓으로, 셋 중 어느 것이든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세 가지가 다 있다면 그 결과는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되겠지만. 

 

삶과 음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겁쟁이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쇼스타코비치는 그 세 가지를 다 가진 영혼이었습니다. 비록 자존심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시대의 소음>으로부터 자신의 가족과 음악을 지켜낸 쇼스타코비치는 위대한 음악가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쇼스타코비치를 듣고 있으니 대학 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음.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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