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휴전 La tregua」을 읽고

728x90
반응형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휴전 La tregua」을 읽고 


홀로코스트 증언문학의 기념비적 작가인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의 <휴전 La tregua(1963년)>입니다. 이 작품은 1945년 1월 27일, 러시아 군대에 의해 수용소에서 해방을 맞은 프리모 레비가 고향 이탈리아 토리노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이것이 인간인가(1947년)>의 속편이라고도 불립니다. <휴전>을 읽다 보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떠오릅니다. 트로이 전쟁 후 10여 년에 걸쳐 귀향하는 오디세우스의 모험담, 프리모 레비의 귀향 여정과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와 <휴전>을 끝으로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에 관한 작품은 더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728x90

 

 

1945년 1월 러시아 붉은 군대의 진격 소식에 독일군은 철수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800여 병자들은 수용소에 버려두고 퇴각하는데 성홍열을 앓던 프리모 레비는 이 '버려진' 무리에 속했습니다. 1월 27일, 수용소로 러시아 군인들이 들어옵니다. 

 

그들은 인사를 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음울한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입을 봉해버리는, 감히 무어라 할 수 없는 혼란스런 감정이 동정심과 더불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부끄러움이었다. 독일인들은 모르던 부끄러움,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서 올바른 자가 느끼는 부끄러움... _본문 가운데 

 

처참한 광경에 대체 누가,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까요. 비명과 탄식 조차 낼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현장 앞에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합당한 감정을 찾을 수 조차 없을 듯합니다. 

 

반응형

 

 

러시아 군에 의해 해방을 맞이했지만 수용소에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그 즉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동캠프에서 일정 기간을 보냈으며 그렇게 폴란드에서 러시아, 루마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약 9개월 만에, 10월 19일에야 귀향합니다. 

 

특히 여정 중 독일 뮌헨에 들렀을 땐 자신들을 절멸수용소로 보낸 독일인들이 자신들과 눈을 맞추려고도, 입을 열려고도 하지 않고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경악하게 됩니다.  

 

우리는 독일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독일인 각각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결산을 해야 할 절박함을 느꼈다. 아우슈비츠에 대해, 일상적으로 자행된 조용한 대학살에 대해 '그들'은 알고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길을 가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자식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문턱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인가? _본문 가운데 

 

'그들'이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본문 가운데 이 책의 제목이 <휴전>인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프리모 레비가 현인이라 부르는 그리스인 나훔과의 대화가 그것입니다. 나훔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늘 있다'라고 일갈합니다. '인간을 잡아먹는 늑대는 바로 인간이다', 이것이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2024.8.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