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의 「산 자와 죽은 자」를 읽고
미스터리 소설 '타우누스 시리즈'의 저자인 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 1967)의 장편 <산 자와 죽은 자 Die Lebenden und die Toten>입니다. 이 책은 타우누스 시리즈 제7권으로 개인적으로는 제4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 두 번째 작품입니다.
국내에 넬레 노이하우스가 이름을 알린 건 2010년 출간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밤늦도록 책을 놓지 못하고 결말까지 다 보고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타우누스는 실제 독일의 지명으로 이들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시리즈물의 주인공은 피아 키르히호프(Pia Kirchhoff) 형사와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Oliver von Bodenstein) 형사ㅡ귀족 출신인가요ㅡ로 각각의 스토리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으로 온 마을이 발칵 뒤집힙니다. 피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범인이 사이코패스이거나 그에 준하는 정신질환을 앓는 게 틀림없다고 할 만큼 선량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살인 사건에는 항상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사실들을 연관 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_본문 가운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산 자와 죽은 자>에는 수십 명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낯선 독일어 이름이라 종이에 이름과 인물정보를 메모해 가며 저도 나름 범인을 추론해 봅니다.
부고는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 책에선가 그런 말이 나왔다. 살인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사람은 다시는 예전 같을 수 없다고. 맞는 말이다. (...) 셀리나는 그다지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지만 미신은 믿었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새해를 맞으면 불운이 따르고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는.. _본문 가운데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빌린 돈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죄라는 것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피해자들이 무슨 숨겨둔 과거라도 있는 것인지.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호리라도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단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5장 가운데)
정부, 언론, 여론의 압박이 커져가는 가운데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일이 터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실로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경륜 있는 수사관이라고 해도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섣불리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기 때문이다. _본문 가운데
열흘이 지나도록 수사는 제자리걸음이고 범인은 살인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피아와 올리버 형사는 굉장한 압박을 받으며 수사를 이어나갑니다.
<산 자와 죽은 자> 역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만큼 몰입감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궁금해서 읽는 중간중간 마지막 장을 들춰보는데도 대체 범인을 알 수가 없어 결국 다 읽고 나서야 무릎을 칩니다.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보는 시각에 있어 객관성을 잃게 됐습니다. 새삼 형사라는 직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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