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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의 「작은 것들의 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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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의 「작은 것들의 신」을 읽고


<지복의 성자(2017년)>의 저자 인도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1961)의 데뷔작인 1997년 출간된 <작은 것들의 신>입니다. 20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은 현재까지 아룬다티 로이가 발표한 소설의 전부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인도 특유의 분위기가 깃들어 있어 인도인 저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줍니다.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은 자전적 요소가 담긴 소설로 배경 역시 저자가 성장한 곳인 인도 케랄라 주의 아예메넴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기독교, 힌두교 등 여러 종교의 갈등, 그리고 공산당 집권으로 인한 정치적 소요가 상존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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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란성 쌍둥이 라헬과 에스타, 그들의 어머니 암무, 손재주 좋은 목수 청년 벨루타입니다. 31세가 된 쌍둥이와 31세에 돌아가신 그들의 어머니. 그들의 삶은 이제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온화한 반달 같은 주름이 눈 아래 자리 잡았고 그들은 암무가 죽었을 때만큼이나 나이가 들었다. 서른하나.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_본문 가운데 

 

소설의 초입부터 단 몇 개의 단어들로 아룬다티 로이는 인생의 진리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작은 것들의 신>은 대체 무엇을,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작은 것들의 신>에서는 '작은'이라는 개념이 작품 전반에 마치 기본 값인양 깔려있습니다. 말 수가 없고 지극히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라헬의 쌍둥이 오빠 에스타, 큰 것은 외면하고 작은 것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벨루타. 당시 사회의 주된 가치를 반영하는 공산주의 사상, 종교, 카스트제도, 영국, 부귀 빈천 같은 거창하고 무거운 어휘는 이들의 관심 밖입니다.

 

그녀는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하는 여자가 아니었기에 그것이 끔찍하게 두려웠다. 만일 작은 소원 하나를 빌 수 있다면 '알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다음 달에, 내년에 어디쯤 있을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 굽은 모퉁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_본문 가운데   

 

큰고 거창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모습을 대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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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_본문 가운데 

 

<작은 것들의 신>에서 의미하는 '작은 것들'은 바로 이들의 삶이며 이들 자체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에 관해 탐구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물론 두 작품이 가리키는 '작은 것'과 '가벼움'의 범주나 그 선행 요인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말이죠. 

 

 

"내일?" "내일." 그들은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 점에서는 그들이 옳았다. _본문 가운데

 

성경 잠언 27장에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일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삶, 특히 라헬과 에스타가 성장한 인도 아예메넴에서의 삶은 작은 것들에 가치를 두는 양식이 선택이라기보다는 결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룬다티 로이가 수수께끼처럼 던진 표제, <작은 것들의 신>이 누구이며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은ㅡ저자가 설정한 답은 별개로 하고ㅡ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마다 다르게 말할 듯합니다. 우선 저부터 말이죠.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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