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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빨강머리앤(Anne of Green Gables)ㅣ루시 모드 몽고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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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빨강머리앤(Anne of Green Gables)ㅣ루시 모드 몽고메리


책 '빨강머리앤' 입니다. 1908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니 100년도 훨씬 넘은 책입니다. 1970~8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 뿐아니라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책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판본은 2019년 더모던 출판사에서 펴낸 책으로 컬러로 된 그림을 포함한 531페이지에 달하는 버전입니다.


빨강머리앤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 본인의 경험과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 책입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뛰어놀며 섬세한 감수성과 작가적 재능을 키웠을 겁니다. 어린시절 외조부모의 손에 자란 몽고메리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고향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캐번디시로 돌아와 외할머니를 도와 우체국(*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우체국이 아닌 작은 우편물 취급 상점일 것으로 추정)을 운영했고, 그때 '빨강머리앤'을 완성했습니다. 


pixabay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만에 위치한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한 풍경을 담은 사진입니다. 영국 남동부 지역 해변에 위치한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BN20 0AZ)라는 절벽 아래 해변공원 풍경과 꼭 닮았습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서정적인 삶이 이 책을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문득 우리나라에 산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향, 빨강머리앤의 고향,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한번쯤 가보고싶습니다. 



이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습니다. 대체로 앤의 대사인데요. 앤이 빨간색 머리가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며 마릴라에게 빨간색 머리가 어른이 되면 다른 색이 되지 않을까하고 질문을 했는데 결코 그럴 일이 없다고 대답하자 앤이 반응으로 내놓은 말입니다.

 

(앤) "희망이 또 하나 사라졌네요. '내 인생은 희망을 묻는 묘지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 나온 말인데, 전 실망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말로 절 위로해요."

(마릴라) "그게 어떻게 위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앤) "그게, 아주 멋지고 낭만적으로 들리잖아요. 제가 꼭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요. 전 낭만적인 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희망이 가득 묻힌 묘지라니,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말 중에 최고로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런 묘지가 있다니, 전 오히려 더 기뻐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앤의 모습이 독자를 미소짓게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사람에게 그 말은 위로가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 그 말은 좌절을 줍니다. '내 인생은 희망을 묻는 묘지다' 이 표현을 두고 앤은 '희망이 가득 묻힌 낭만적인 묘지'라고 해석합니다. 어떠한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앤이 목사관의 앨런 부인에게 한 말입니다.

 

"아저씨가 안 계신데 이런 일들로 즐거워하다니 꼭 배신하는 기분이에요. 아저씨가 너무 보고싶어요. 그런데 늘 그리우면서도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재미있게 느껴져요. 오늘은 다이애나의 이야기에 제가 웃고 있지 뭐예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다시는 못 웃을 줄 알았거든요. 또 왜 그런지 웃으면 안 될 것 같았고요."

 

참 솔직하고 순수한 표현입니다.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아저씨가 너무 그립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웃기도 한다.. 그것이 죄책감이 든다는 앤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같은 일을 겪습니다. 내 곁의 사랑하는 누군가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났을때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되는 법입니다. 그런 일상에서 다시 웃음을 찾고, 생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럴때 떠난 이에 대한 나의 사랑의 크기가 이렇게 작았나.. 자책하게 되고, 떠난 사람에 대해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앤의 이 말이 너무나 솔직해서, 그리고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 이런 말을 들으면 슬픔의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옅은 미소가 지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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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3페이지마다 이런 컬러풀한 그림이 같이 수록돼있습니다. 초록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이라는 영어 제목처럼 초록색 바탕에 앤과 다이애나가 웃고 있는 그림이 사랑스럽습니다. 


빨강머리앤에서 가장 유명한 표현일겁니다.

 

(앤) "아주머니, 내일을 생각하면 기분 좋지 않나요? 내일은 아직 아무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잖아요."

(마릴라) "내 보증하마. 앤, 넌 내일도 실수를 수두룩이 저지를 거다. 너처럼 실수를 쫓아다니며 저지르는 아이는 처음 본다. 앤."

(앤) "맞아요 저도 잘 알아요. 그래도 아주머니, 제게도 장점이 하나 있는데 알고 계세요? 전 같은 실수는 두 번 저지르지 않아요."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실수하고, 그것을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어린 앤은 그것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같은 실수는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실수를 통해 배웠다는 것이니까요. 또한 실수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깨끗한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진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듯합니다.


2021.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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