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역시 얼마전 아름다운가게(채리티숍)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책입니다. 2009년 판본이니 10여년 전에 출판된 버전입니다. 영원의 화가 렘브란트, 책의 제목에서부터 책의 깊이와 가치가 느껴집니다. 그리스도교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제목에 큰 울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인 발터 니그(Walter Nigg, 1903)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사이자 교회사 교수입니다. 발터 니그의 저서에는 언제나 '하나님께 다가가려는 인간'이 중심에 있다는 소개가 책날개에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인데, 주저로 <위대한 성인들, 1979, 분도출판사>이 꼽히는것을 보니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현재 절판된 책이네요. 아쉽습니다.
렘브란트의 드로잉은 그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탁월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렘브란트만을 단독 주제로 한 드로잉 관련 서적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렘브란트의 그림뿐아니라 그의 신앙과 영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마 그 자체가 렘브란트의 그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자가 철학과 신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비교군에 괴테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만든 잣대로 렘브란트를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렘브란트는 오직 그의 예술 안에 살아 있으며 그의 삶은 밑바탕만 형성해 주었을 뿐이다.... 괴테 같은 사람은 자기 삶을 그럴듯하게 꾸려 나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 데 반해 렘브란트는 그의 온 존제를 예술에 바쳤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한 렘브란트의 과묵하고 고독한 성정을 언급합니다. 덧붙여 렘브란트의 훌륭한 자화상을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에서 생겨났다'라고 평가합니다. 근사하거나 가식적이지 않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통찰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자아는 무엇인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등의 실존과 진실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통해 드러납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았던 이 과묵한 예술가는 오로지 자기에게 맞는 형식으로 자서전(자화상)을 쓴 셈.... 그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많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경은 그 어떤 인간의 목소리도 뚫고 들어갈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고독까지 그와 동행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중 이 책에 실린 두 장의 그림입니다. 왼쪽은 1629년, 오른쪽은 1661년 작품입니다.
렘브란트의 미술에 대해 그의 신앙과 심리, 철학적인 면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렘브란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하나님 앞에 서 있게 하는 일은 한 가지(그림)뿐이었다" 는 표현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발적인 선택인지 어쩔 수 없이 처하게 된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렘브란트의 그림을 일군 바탕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예술은 오롯이 고독이 해내는 작업입니다.
"고독하게 지내면서 자신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렘브란트는 그가 살던 시대보다 훨씬 더 멀리 앞서 나아갔기 때문에 동시대인들은 그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
렘브란트의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저자인 발터 니그가 신학자인 것을 상기해보면 신학자인 본인도 미처 하지 못한 신학적인 공적을 렘브란트가 해낸 것에 경탄하기까지 합니다.
"렘브란트는 구약 자체가 지닌 중요성을 구약에 되돌려 주는 큰일을 해낸 사람이다. 신학자가 아닌 화가가 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예수의 삶에 대해 렘브란트가 표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예수의 삶과 존재에 대해 그리스도인 렘브란트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 경험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복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예술가는 예수의 삶을 보았다. 이를 알아본 고흐는 렘브란트 안에 복음적 요소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렘브란트의 명작 <백 길더짜리 판화>, 1649년경의 작품입니다. 발터 니그는 이 그림에 대해서도 렘브란트와 예수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진심을 다해 그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발터 니그의 이러한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림은 속일 수가 없는 법입니다. 렘브란트를 통해 지금 우리가 이러한 감동을 받는 것은, 당시 화가 렘브란트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예수께 다가가고자 한 한 인간의 노력이 처절할 만큼 진실했다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를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그렸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게 표현한 이 사람은 예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렘브란트는 자신을 엠마오로 가는 길 위에 선 한 인간으로 이해했다. 엠마오로 가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진 채 그 길을 간다. 이 길은 너무나 힘겨운 길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낯선 어떤 분이 동행한다."
2021.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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