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집근처 채리티샵을 찾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라는 곳인데 인근에 있어서 종종 읽을만한 책이 들어왔는지 둘러보러 갑니다. 이번에는 제가 읽고 싶은 책 3권을 발견해서 총 1만원(각각 5천원, 2천원, 3천원)에 구입했습니다. 특템입니다. 안도현 작가의 <연어>는 그 가운데 한권입니다. 1996년에 초판이 발간되었고 제가 중고로 들여온 이 책은 2003년 판입니다. 초판이 나온게 벌써 2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표현이 담긴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너'에 대한 질책이 아프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이야기, 소설같은 동화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적인 상상력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연어의 삶을 살아볼 수 있습니다.
"폭포를 뛰어넘지 않고 그 앞에서 포기하거나,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물길로 편하게 오르려는 연어들에게는 폭포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두려운 장벽일 뿐이지.... 편한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할수록 연어들은 해가 갈수록 차츰 도태되고 만다는 거야."
이 책의 주인공 은빛연어가 자신을 대신해서 물수리의 밥이 된(희생) 누나연어를 생각합니다. 사실 은빛연어는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물고기는 공중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물 색깔과 같은 어두운색 등과 하얀색 배를 갖고 있는데 은빛연어는 등이 은빛이니 물수리에게 잡아먹히기 좋은 조건인 것입니다. 은빛연어를 보고 갈퀴를 세운 물수리에게 누나가 대신 희생을 당한 상황입니다. 자신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간섭'으로 받아들인 은빛연어를 보면서 어리석은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됩니다. 가진것에 대한 감사 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으로 불행한 은빛연어를 봅니다.
"떠나자! 떠나서는 안 돼."
은빛연어는 혼자서 물가로 가만가만 고개를 내밀어본다. 그러면 바다가 제 가슴의 창문을 열고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자기와 닮은 것을 만나면 누구나 친근감을 가지는 법이다. 그런데 그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 중의 하나다.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문단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까요. 저는 이 문장이 와닿습니다.
"연어가 고래의 욕망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이미 연어가 아닌 것이다."
'물고기'와 '연어'를 '인간'으로 바꿔도 일정부분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연어가 뒷담화를 좋아한다면 인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마지막 장입니다. 제가 '아!' 하고 감탄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겨울이 오면 강은 강물이 얼지 않도록 얼음장으로 만든 이불을 덮을 것이다. 강은 그 이불을 겨우내 걷지 않고 연어 알을 제 가슴 속에다 키울 것이다... 봄이 올 때까지는 조심하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어린 연어가 자라고 있다고."
한겨울에 강물이 얼면 '추위가 얼마나 심하면 강물이 꽁꽁 얼었네' 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강물 속 생물들이 얼지 않도록 얼음장 이불을 덮은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멋진 표현이고 상상력인지. 이제는 꽝꽝 얼어있는 강물의 얼음위를 걸어갈때 살금살금 뒷꿈치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21.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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