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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연금술사ㅣ파울로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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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2001, 문학동네 출판

파울로코엘료의 <연금술사>, 꽤 오래된 책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버전은 2001년 판이니 벌써 20년이 된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영화를 본 것처럼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잔잔한 영화를 한편 본 듯 책장을 넘길때마다 잔상이 남습니다. 

 

'영혼의 모험'이라는 서평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정말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인공 산티아고에게 나를 덧씌워보기도 하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산티아고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때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감정이입이 되어 더욱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웠던 책입니다. <연금술사>에서 제 마음을 붙잡은 '책속의문장'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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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주는 비유이겠지만, 넓은 개념으로 볼때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은 '일상',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 거창한 것, 원대한 꿈, 소망 등을 좇느라 내가 처한 현재의 일상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겠지요. 현재는 항상 옳고, 가장 가치있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지금 와 있는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지난 과거도, 다가올 미래도, 결국은 '현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테니까요.

 

"아버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에 잠시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자녀를 잘 키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자라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걷게 된 자녀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 바로 이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위해 '축복'을 빌어주는 것. 저 역시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을 대할때, 부모님께서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해주실때 자존감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고 싶으면 해라. 네가 제일 힘들게 고민했을테니. 우리는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하렴. 믿는다."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갑니다. 자식이 넘어지고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러나 그것이 가장 큰 사랑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선택'은 크고 작은 상황에 우리 앞에 놓여집니다. 결정한다는 좋은 표현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포기한다 라는 표현이 숨겨져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 명과 암은 결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산티아고는 익숙해져 있는 양떼들과의 일상과 보물처럼 다가온 양털가게 딸 사이에 놓였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건 괜찮습니다. 다만 '포기'한 것에 대한 감당 역시 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것을 감당하기 싫어 우리는 선택을 힘들어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경험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나쁘게 여겨지는 기운'들이 우리를 밀어올립니다.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용기를 내도록 말이죠.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할때 대개 이러한 기운들이 우리에게 몰려옵니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우리는 힘을, 그릇을 키워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렇습니다. 불행처럼 여겨졌던 일들 덕분에 새로운 기회와 시각을 얻었고, 부러움과 질투로 인해 마음 상했던 시간들 덕분에 사람들을 대할때 적정한 거리와 적정한 감정의 온도를 배웠습니다. 한 계단 올라선 것입니다.    

 

"은혜의 섭리", "초심자의 행운" 이 표현들은 <연금술사>에서 매우 잘 알려진 표현들입니다. 생명, 살아있어 그 자체로 움직이는 모든 것은 유유상종하듯 흐름을 맞춰갑니다. 그래서 내가 바른 태도, 마음가짐으로 길을 가고자 하면 그 길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는 법이지요. 언제나 그렇듯, 태도(attitude), 동기가 중요합니다. 뒤에 감춰진 욕망이나 욕심은 없는지 자신을 성찰해야합니다. 은혜의 섭리와 초심자의 행운은 그때 비로소 우리 앞에 '현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 다시 이 책 <연금술사>를 읽다보니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생명의 길, 인간의 삶을 '길', '유랑', '모험'에 빗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일 듯합니다. 문득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 계획을 세우던 재작년이 생각납니다. 코로나 상황이 생길줄 몰랐으니 당연히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것으로 믿었었는데 나의 사정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연금술사>의 산티아고를 따라 떠나는 것으로 순례길을 대신해봅니다. 

 

 

2021.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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