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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폴 오스터(Paul Auster)의 「4 3 2 1」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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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Paul Auster)의 「4 3 2 1」을 읽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 역작으로 꼽는 작품은 그 어떤 평론가의 추천사보다 강력합니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Paul Auster, 1947-2024)의 마지막 소설, 2017년 출간된 <4 3 2 1>이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4 3 2 1>은 폴 오스터가 남긴 마지막 소설로 3년 6개월 동안 주 7일간 손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4 3 2 1>은 무턱대고 읽기 시작한다면 책의 절반도 못 가 분명히 길을 잃게 됩니다. 제목에서부터 암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소설은 주인공 아치 퍼거슨(Archie Ferguson)의 삶을 네 가지 버전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네 개의 삶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사실 여기까지 알고 나서 책을 읽어도 퍼즐 맞추기 단계를 피할 순 없습니다. 반복만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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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그를 철저히 뒤집어 놓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경우가 두 번 있었다... 새벽 3시 30분, 책을 다 읽은 퍼거슨은 혼란스럽고 흥분되어서 남은 밤은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이 가득 차오르고 있다.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_본문 가운데

 

새벽 3시 무렵은 여러 문학 작품에서 영적인 시간으로 묘사됩니다. 어렸을 적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면 꼭 3시였던 기억이 납니다. (으스스) 퍼거슨에게도 그 시각은 좀 달랐던 듯 보입니다.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행로에서 유독 특별한 순간,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은 있는 그 시각이 퍼거슨에게도 찾아왔습니다. 

 

 

퍼거슨은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아니었고, 미래에 언젠가 다시 그 모험에 나선 다고 해도 지금의 그는 스스로를 잠복 중인 시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시가 써지지 않았다. 간신히 써낸 얼마 안 되는 작품들도 좋지는 않았다. _본문 가운데 

 

시인이 더는 시를 쓸 수 없고, 소설가가 더는 소설이 써지지 않고, 화가가 더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시간이 온다 해도 그때마저 그들은 시인이고 소설가이며 화가입니다. 퍼거슨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잠복 중인 시인'이라 정의합니다. 회복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길.

 

폴 오스터는 그 시간을 잘 견뎌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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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그러니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네 명의 소년들, 같은 몸과 같은 유전적 자질을 지녔지만, 각각 다른 동네의 다른 집에서, 각각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소년들. 이런 식으로 짜놓으면, 그 서로 다른 환경 때문에 책이 진행됨에 따라 소년들은 서로 멀어지기 시작하고... 점점 더 다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_본문 가운데 

 

우리 안에 수없이 많은 성향들이 공존하고 그들은 환경에 따라, 때를 따라 발현됩니다. 어떤 사건 이후 지나고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한 일인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인 듯 여러 인격이고, 여러 인격인 듯 한 사람입니다. 그들이 융합되지 않고 각자의 행로를 따라갈 때,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하나가 된다는 것일 테죠.

 

작가로서의 마지막 생을 다해 <4 3 2 1>을 써낸 폴 오스터의 소명은 이로써 완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24.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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