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Emil Cioran)의 「태어났음의 불편함」을 읽고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Emil Michel Cioran, 1911-1995)의 대표작 <태어났음의 불편함>입니다. 세상에 내던져진(피투) 존재에 대한 치열한 사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존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만으로 에밀 시오랑의 마니아가 될 것입니다.
철학적 아포리즘의 모음, 에밀 시오랑의 다른 책 <독설의 팡세>와 구성 면에서 비슷합니다.
내가 예순 살에 알았던 것, 나는 그것을 이미 스무 살에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확인을 위한 40년에 걸친 길고 불필요한 작업... / 살면 살수록, 살았다는 것이 점점 더 쓸데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_본문 가운데
누군가는 현재 '길고 불필요한 작업' 중에 있거나, 그것들이 '쓸데없는 일처럼' 여겨지는 중에 있겠지요.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종교, 철학, 문학에서 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개념입니다. 함께 내던져진 존재들과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외에 의미는 무의미합니다.
인간에 대한 감정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한 표현이 있을까요.
측은한 두려움.
하.
에밀 시오랑은 여러 차례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되지만 모두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생계를 이유로 단 한 차례 1950년 리바롤 상을 받은 게 전부입니다.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누려본 사람의 글은 정직하고 냉철합니다. 에밀 시오랑의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유겠지요.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단지 나의 운명 바깥으로 한번 뛰어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향해 몸을 돌려야 할지,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_본문 가운데
2024.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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