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끼고 아는 존재 Feeling & Knowing」를 읽고
화사한 표지 컬러가 눈에 들어와서 골랐습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1944)의 <느끼고 아는 존재 Feeling & Knowing>입니다. 저자는 포르투갈계 미국인 신경과학자로 인간의 의식 연구에 관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다마지오의 이전 저서들은 대체로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 2021년에 발표한 이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되도록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잠시 훑어보니 장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고 소제목도 붙어있어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하려면 적잖은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_감수의 말 가운데
<느끼고 아는 존재>에서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 느낌과 감정이 생명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이 감정에서 생긴다'라는 말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사이코패스가 떠오릅니다. 타인에 대한 감정이 없는 사람.
느낌은 생명체에게 자신만의 삶을 경험하도록 해준다. 특히 느낌은 그 느낌의 주인인 유기체에게 그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_본문 가운데
자신만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느낌과 감정이 우리 각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네요. 음 끄덕끄덕.
그렇다면 느낌의 '기능'은 무엇일까? 느낌은 생명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느낌은 기민한 감시병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그 마음이 속한 유기체 내부의 생명 상태를 알려준다. 또한 느낌은 그 마음이 느낌의 메시지에 담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에 따라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_본문 가운데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한때 쎄한 느낌으로 상황이나 사람을 판단한다는 쎄믈리에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는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개념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기민한 감시병 역할을 하는 '느낌', 생각보다 몸이 더 똑똑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직감이라는 건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DNA에 기록된 명백한 정보를 근거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렇습니다.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내 느낌을 믿어라!
2024.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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