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 다우드(Kamel Daoud)의 「뫼르소, 살인 사건」을 읽고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이방인 The Stranger>을 재해석한 소설입니다. 혹은 속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멜 다우드(Kamel Daoud, 1970-)의 2015년 작품 <뫼르소, 살인 사건 The Meursault, Investigation>입니다. 뫼르소는 <이방인>의 주인공이지만 카멜 다우드는 이 소설에서 뫼르소와 카뮈를 동일인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카뮈의 <이방인>을 읽어야 합니다. 저 역시 한번 더 읽어보고서야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이방인>을 오마주한 구절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첫 문장에서부터!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있네."
두둥.
<뫼르소, 살인 사건>의 화자는 <이방인>에서 뫼르소에게 살해당한 알제리인의 동생으로 형의 원수(!)인 카뮈에 대한 야속함을 소설 전반에 걸쳐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뻔뻔하지 않나. 죽은 사람은 엄연히 둘이었는데 말이야. 한 명을 빼먹은 이유가 뭐냐고? 그야, 첫 번째 사람은 얘기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지. 그것도 얼마나 잘했던지, 자기의 죄를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네. _본문 가운데
또한, 카멜 다우드는 카뮈에 대한 작가로서의 존경과 애정하는 마음을 넌지시 비추고 있습니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알제리에서 보낸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인 카뮈,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 <이방인>의 배경도 알제리, 태양 아래서 주인공의 권태로 인한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피해자도 알제리인, 이 정도면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은 카멜 다우드의 카뮈를 향한 헌사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 이 얘기는 다시 쓰여야 한다는 거지. 같은 언어로 쓰되, 단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말해 아직까지 살아 있는 몸에서 시작해서 그를 죽음으로 몬 골목길을 거쳐 아랍인의 이름도 거명하면서 총알과 만나는 순간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거야. _본문 가운데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종종 출간되지만 <뫼르소, 살인 사건>은 특히 원작 <이방인>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주인공들의 삶이 궤적이 묘하게 닮아있어 읽는 내내 원작을 다시 펼쳐보고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동생(카멜 다우드)의 소설을 통해 형 무싸의 원한이 풀렸길 바랍니다.
2024.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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