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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독설의 팡세ㅣ에밀 시오랑, 철학적 아포리즘의 대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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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설의 팡세ㅣ에밀 시오랑, 철학적 아포리즘의 대가 (문학동네)


조용한 초저녁에 가끔 밖에서 고양이나 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의 언어라 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다콩이는 알아듣는지 밖에서 소리가 나면 캣폴 위에 올라가 목을 빼고 창 밖을 내다봅니다. 길에서 태어나 몇 달을 길에서 자란 5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건지 아련한 표정입니다. 아님 그냥 단순한 호기심으로 쳐다보는데 집사가 오버하는지도. 속을 알 수 없는 우리집 귀염둥이 파수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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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Emil Michel Cioran, 1911-1995)은 '절망의 대가', '폐허의 철학자'라는 애칭을 갖고 있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글을 쓰는 것 외에 어떤 직업도 갖지 않았으며 철저한 주변인으로 전 생애에 걸쳐 철학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작품으로 상을 받고난 후에도 인터뷰 등에 응하지 않았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떠벌리는 광대가 될 수 없다는 철학자로서의 양심이 그의 삶 전체를 이끌었습니다.

 

 

올곧은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따끔한 명언집 <독설의 팡세, Syllogismes de l'amertume> 입니다. 이 책은 1952년 그가 41세 되던 해에 출판되었는데 당시 5백 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아 출판사에서 절판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독설의 팡세>를 기점으로 에밀 시오랑의 문체가 아포리즘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짧고 함축적인 문장이 에밀 시오랑의 철학적 관점에 잘 어울립니다. 

 

'나의 계획이 무엇인지 묻지 마시오. 숨쉬는 것도 하나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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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래, 희망, 혐오 그리고 독설 같은 개념들에 대한 그의 생각도 신랄한 독설로 정의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타인에 대한 혐오감이란? 우리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돌려 표현하는 것이다.'

'희망한다는 것은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다.' 

 

언뜻 그의 글은 비관과 절망의 점철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에밀 시오랑의 글은 그 어떤 글보다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독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꿋꿋이 살아내라는 격려입니다. 책의 제목이 <독설의 팡세>인 것만 봐도 독설의 모순, 독설의 위대함에 대해 에밀 시오랑은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어떤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그 속에 존재하는 폭력성이다. 근거 없는 단어일까? 복음서. 그 그지없이 공격적이며 독살스러운 책이 누리고 있는 권위를 생각해보라. 

 

 

에밀 시오랑은 부친이 루마니아 정교회 목회자였으며 젊은 시절 루마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한 뒤 84세에 파리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에 살았습니다. 이런 생의 결과로 그는 <독설의 팡세>에서 종교와 프랑스에 대한 독설도 자유롭게 꺼내놓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날 수 없음을, 프랑스를 떠날 수 없음을 에밀 시오랑은 독설을 통해 고백하고 있습니다.  

 

'나는 신의 주변을 밀고자처럼 배회했다. 신에게 간청할 수 없었던 나는 신을 감시했다.'

'프랑스인들과 만나면서 점잖게 불행할 수 있는 것을 배운다.'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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