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냄새 SmellosophyㅣA.S.바위치, 코와 후각 다시보기 (세로북스)
냄새라는 단어에 지혜, 지식을 뜻하는 어근을 연결한 <Smellosophy, 냄새>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입니다. 저자는 독일 인지과학자 A.S.바위치(Ann-Sophie Barwich)인데 코와 냄새, 후각의 역사와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후각이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제 고양이 다콩이는 간식 뚜껑에 손만 대도 모든 일을 멈추고 쳐다봅니다. 트릿 몇 개?
A.S.바위치는 후각을 '인간 감각계의 신데렐라'라고 평합니다. 후각과 냄새는 과학계와 철학계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분야이며 심지어 천대받기까지 했다고 하니 이 책 <냄새, Smellosophy>는 후각에 대한 재평가를 기대하며 쓴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냄새, Smellosophy>의 부제가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영어 원서에서는 'What the Nose Tells the Mind'인데 제 경험에 비추어 이 표현이 꽤나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개인적으로 미각, 시각, 청각과 달리 후각은 마음이나 기억과 연결고리가 특히 강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공항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 하나로 그 도시와 관련된 모든 기억과 추억이 소환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A.S.바위치는 이런 후각의 기능에 대해 '정신과 후각의 어깨동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후각의 핵심은 연상 기억 능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정신은 늘 후각과 어깨동무해 왔다.
특정 지역을 여행 할 때 특정 향수를 매칭해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프랑스 향수 겔랑사의 장 폴 게를랭(Jean-Paul Guerlain)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향수는 기억의 가장 강렬한 형태이다."
동물의 민감한 후각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화학물질의 농도 차이까지 감지해 어떠한 장소를 향하거나 피한다고 하는데 인간에게도 이것은 동일합니다. 저자 A.S.바위치는 이런 후각에 대해 '생명체 전반에 걸친 오래되고 고유한 종합감각'이라고 평합니다. '종합'감각이라는 표현이 후각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질병 특유의 냄새를 통해 암세포도 골라내는 의학 탐지견도 있을 정도니 후각이 우리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감각인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냄새나 후각은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매우 난감한 감각의 분야입니다. 이 책은 그 오묘한 감각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시작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과학, 철학, 심리학을 망라한 후각연구에 관한 모든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후각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가 봐도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냄새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감각이다... 냄새는 행동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냄새 기억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거의 다른 장소나 시간으로 즉각 데려간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_「냄새, Smellosophy」본문 가운데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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