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이징 솔로 Aging Soloㅣ김희경, 혼자 나이드는 사람들 (동아시아)
올해 3월에 출간된 아직 따끈한 신간입니다.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은 김희경 작가의 <에이징 솔로, Aging Solo>입니다. 전에 없던 가족의 형태, 1인 가구가 자연스러운 삶의 한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그들의 삶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싱글세, 자격요건 등에 관한 소소한 갈등도 생겨나는 시대입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에이징 솔로>에는 싱글의 삶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도 담겨있습니다.
내용 중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같이 흥분하며 성토를 내뿜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 중반부를 지날때 즈음에는 결국 모든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수렴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에이징 솔로>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우에노 지즈코가 제안한 '재택사'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이것은 단지 솔로의 삶을 사는 사람 뿐만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고독사'라는 표현에 담긴 처연함과 안타까움, 쓸쓸함이 집에서 홀로 죽는 것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고독하게 산 사람이 고독사한다.
혼자 살다가 그 집에서 혼자 죽은 것에 대해 고독사로 분류하는 것은 어쩌면 특정 개인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편의주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돌봄을 위해 가족을 대신할 네트워크형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것에 대한 견해입니다. 이 부분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저자와 같이 성격이 곧은(!) 사람이라면 그다지 현실적인 옵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가족이 있건 그렇지 않건 모두에게 적용될 이야기입니다. 가족이 있다고 모두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여건에 놓여있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돌봄의 관계망을 만들려면 '사람부자'여야 가능할 것 같은데 난 강퍅한 성격 탓에 사람을 거두기는 커녕 떨쳐내며 살아와서 같이 하겠다고 나설 친구가 있기나 하려나...
책 전반에 걸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체 중간중간 느닷없는 웃음을 불러내는 자기객관화 가득 담긴 문장들이 재미있습니다. 위 문장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솔로들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싱글리즘(Singlism)'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싱글리즘이 우리 사회 곳곳, 정책, 문화, 편의시설 모든 곳에 퍼져있다며 우려를 나타냅니다. 오픈사전에서 싱글리즘을 조회하면 아래와 같이 정의가 나옵니다.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싱글 또는 비혼자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일종의 차별주의, 미국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로가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사실 가족중심의 한국 사회는 특히 솔로를 차별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싱글리즘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에이징 솔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역시 사회가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가 아닐까요.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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