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언자 The Prophetㅣ칼릴 지브란 (책만드는집)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의 명저 <예언자, The Prophet> 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잠언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 예컨대 사랑, 일, 결혼, 먹고 마시는 것, 기쁨과 슬픔, 시간 등에 관한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저자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의 기독교 집성촌이라고 불리는 브샤리 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성서를 배우며 자랍니다. 그의 집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몹시 가난했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12세 되던 해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지브란은 유년기 시절부터 글과 그림에 소질을 보였으며 일생동안 글을 쓰고 그림 그리며 생애를 보냅니다.
이 책 <예언자>는 칼릴 지브란이 청소년기 때부터 고민한 질문에 관한 것으로 40세(1923년)가 되어서야 비로소 완성한 역작입니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예언자>는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85>의 형태를 차용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예언자>에 나오는 선지자의 이름은 '알무스타파'입니다. 그는 12년간 오르팔레스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내어놓습니다. 자라투스트라가 한 것처럼 지혜가 담긴 가르침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여인 알미트라가 알무스타파에게 지혜를 구하자 알무스타파는
"지금 그대들의 영혼 속에서 움직이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으리?"
라고 말합니다. 오르팔레스의 사람들 가운데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알무스타파 역시 자라투스트라처럼 심오한 진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언자, The Prophet>에서 다루는 질문은 총 26가지로 사랑, 결혼, 자녀, 주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일, 기쁨과 슬픔, 집, 옷, 사고파는 일,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감정, 아픔, 자아를 아는 것, 가르침, 우정, 말하기, 시간, 선과 악, 기도, 쾌락, 아름다움, 종교, 죽음에 관한 문제입니다.
가르침 편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조언입니다. 영어로 교육이라는 단어(education)의 어원이 '무엇인가를 끌어내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수학에 정통한 이는 도량형에 대해 말해줄 수 있지만 그쪽으로 인도할 수는 없네. 사람의 통찰력은 그 날개를 다른 이에게 빌려주지 않으므로. 신이 그대들을 각자 따로따로 알듯이, 그대들도 각자 따로따로 신을 알고 대지를 이해해야 하리.
_ 「예언자」 본문 중 '가르침에 대하여'
기쁨과 슬픔 편에 나오는 글입니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빛이 있어 어둠이 있다는 불교의 생사관을 나타내는 '생사일여'와 비슷한 깨달음을 줍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동의하게 되는 걸 보면 제 마음도 조금씩 자라는 중인가 봅니다. '하나가 식탁에 앉으면 다른 하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다..' 근사한 표현입니다.
그 둘은 가를 수가 없다네. 기쁨과 슬픔은 함께 오나니, 하나가 그대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면 다른 하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음을 기억하기를.
_ 「예언자」 본문 중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중에서
이 책 <예언자>가 출간되기 얼마 전 칼릴 지브란은 이런 말로 책의 메시지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대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며 모든 게 좋다."
자라투스트라가 니체인 것처럼 알무스타파는 칼릴 지브란 그 자체입니다.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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