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ㅣ올리버 색스, 신경정신의학 (알마)

728x90
반응형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ㅣ올리버 색스, 신경정신의학 (알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다콩이 행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시원한 타일이나 대리석 바닥만 찾다가 이젠 카펫이나 패브릭 소파 위에 앉습니다. 고양이가 머무는 자리만 봐도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샤워실 입구 카펫 위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식빵자세로 앉아 졸고 있는 귀여운 5세 고양이입니다. 

 

반응형

 

미스테리 추리소설 같은 제목의 논픽션 의학서적,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2015)가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입니다. 신경의학자로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이야기를 엮은 것인데, 인간의 뇌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나타나는 기묘한 증상들에 관한 24건의 임상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이 스물네 건의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인체가 얼마나 복잡한 기제로 운용되는지 통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도 증상은 제각각이며 각자 나름의 싸움을 하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이야기는 특별히 더 관심을 끄는 사례입니다.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에 재능을 보이는 한 자폐성 장애 환자에 관한 일화인데 잠시 동안 사물을 바라본 후 더 이상 그 사물에는 시선을 주지 않고 머릿속에 이미지화 한 그것을 캔버스에 거침없이 그려내는 모습이 제가 미술 수업 중 만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복사기' 같이 신기한 능력에 집중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그 사람의 마음에 집중합니다. 자폐성 장애이지만 어딘가 남아있는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자발적인 바람 같은 것, 그것을 몇 차례 진행한 환자와의 그림 그리기 과정에서 발견해 냅니다. 

 

그러나 매우 중요하면서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그림에는 호세 자신의 내면에서 생겨난 충동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살아 있는 상호작용을 집어넣고자 하는 충동이었다. 

 

728x90

 

올리버 색스는 전문의로 일하면서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관한 환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고 감동적으로 들려줍니다. 그는 단순히 책을 통해 임상사례를 공유한 것이 아니라 환자와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널리 인정받지 못하지만 일부 의사들의 특별한 치료 경험을 책의 끝부분에서 공유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한 일은 그의 영혼을 내 영혼으로 여기는 일이었다. 교사는 아름답고 순수한 뒤처진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정제된 세계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 

 

과학자가 '영혼'이라는 단어를 ㅡ비록 타인의 말을 인용한 것이지만ㅡ 저술에 언급한다는 것은 도저히 의학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어떠한 공백에 대해 그 외 다른 표현을 찾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올리버 색스는 겸손하고 솔직한 의사입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적힌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의 문장 앞에 겸허해집니다.

 

병에 대해서 말하는 것, 그것은 <아라비안나이트>를 즐기는 것과 같다

-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 1849-1919)

 


2023.9.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