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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네이티브 가드 Native Guardㅣ나타샤 트레스웨이, 시집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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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네이티브 가드 Native Guardㅣ나타샤 트레스웨이, 시집 (은행나무)


산책길에 치즈냥이를 만났습니다. 저 자리는 고등어가 즐겨 누워있는 곳인데 영역을 공유하고 있나 봅니다. 쉬는데 방해될까 봐 반대쪽으로 돌아갑니다. 가다 보니 화단 건너편에 고등어가 동네 주민에게 쓰다듬을 받고 있네요.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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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집같이 얇은 책이 좋습니다. 얇은 책은 대체로 표지도 내지도 군더더기가 없고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병철 철학자의 책도 사유의 깊이와 철학적 무게에도 불구하고 시집처럼 얇고 작습니다. 네, 저는 한병철 철학자의 팬입니다. 화려한 장식이나 홍보를 위한 미사여구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단정한 책들입니다.

 

도서관에서 이런류의 책을 4권 빌려왔는데 그중 하나인 <네이티브 가드, Native Guard>입니다. 나타샤 트레스웨이(Natasha Trethewey, 1966)의 시집인데 저자는 이 책으로 2007년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네이티브 가드>, 제목에서부터 어딘가 가볍지 않은 내용이 느껴집니다.

 

먼저 나타샤 트레스웨이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보수적인 미국 남부에서 혼혈로 사는 동안 인종차별과 왜곡된 미국의 역사를 목도합니다. 거기 더해 비극적인 가정사까지 경험한 그의 글과 문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우아합니다. 그것이 독자들이 역사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유색인종에서 깜둥이로, 흑인은 아직 몇 년 뒤의 일

1966년이다 그녀는 백인과 결혼했다

그녀 안에서 자라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이름들이 있다

아기 이름 책을 뒤적뒤적하는 동안에

잡종mongrel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

노새들mules과 물라토들mulattoes의 붙임에 대해 걱정하는 걸로 충분하다

 

_ 「어머니는 다른 나라를 꿈꾼다 중에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거실 바닥에 누워 시를 읽습니다.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단어와 문체에 밴 작가의 마음이 어렴풋이나마 느껴집니다. 미국에서 흑인 또는 흑인 혼혈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의 이름에 연결되어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이름책을 뒤적였을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1965년에 나의 부모님은 미시시피의 두 가지 법을 어겼다

그들은 결혼하려고 오하이오로 갔다가, 

미시시피로 돌아왔다

 

그들은 강을 건너 신시내티로 들어갔다

이름이 죄악sin과 같은 소리로 시작하는 도시

틀린 소리 ㅡ미시시피에서 미스mis 처럼

 

_ 「혼혈로 태어난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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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에 참전했으나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한 흑인 부대 '네이티브 가드(Native Guard)',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이들 흑인 부대에 관한 시 「남부」입니다. 

 

나는 시골 전쟁터로 돌아왔다

거기에서 흑인 군대가 싸우고 전사했다ㅡ

 

허드슨항에서 흑인 병사들의 시체가 부풀어 올라

태양 아래 시커멓게 되었다 ㅡ묻히지도 못하고

 

대지의 초록 시트가 그들을 덮어줄 때까지,

어떤 묘비로도 표시가 되지 않았다

 

길들도, 빌딩들과 기념비들도 다 

남부연합을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진 곳

 

그 오래된 깃발이 아직도 걸려 있는 곳, 나는 돌아온다

미시시피로, 내 존재를 범죄로 만들어준

 

주(州)로 ㅡ물라토, 혼혈ㅡ 내 원래의 땅에서 

내가 네이티브인데, 이곳에 그들은 나를 묻을 것이다

 

_ 「남부」 중에서

 

<네이티브 가드, Native Guard>를 한국어로 옮긴 정은귀 교수의 글 「증언과 애도: 역사를 발굴하는 시의 힘」이 시집의 뒷부분에 실려있습니다. '네이티브'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글입니다.

 

옥스퍼드 사전을 찾아보면 '네이티브(native)'의 첫 의미는 놀랍게도 '토박이의'가 아니라 '노예나 속박의 상태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우리 각자는 그 점에서 모두 이 땅, 이 장소, 내가 태어난 도시, 나의 가족, 내가 자란 어떤 시절의 색, 역사에 서로 매여 있는 네이티브들이다... 그래서 더욱더 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가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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