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 사람을 보라ㅣ프리드리히 니체, 자서전 (세창출판사)
프리드리히 니체가 직접 쓴 자서전이자 그의 마지막 저작입니다. 1888년에 쓰이고 1908년에 출판된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 Wie man wird, was man ist>인데 부제는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라고 달려있습니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이 책의 자서전적 성격, 그리고 니체 스스로의 자신감이 잘 드러납니다. 책의 서문은 니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여길만 합니다.
<이 사람을 보라>에는 니체 자신의 생애와 철학적 견해가 잘 정리되어 있고 작품별 성향도 저자인 니체가 직접 설명해두고 있어 이 책을 '니체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니체는 당시 여러 작품을 썼으나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했고,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위대한 저서로 분류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동시대인들에게 외면당하고 책을 읽은 사람들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니체의 말대로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천재가 맞는 듯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나온 책이 <이 사람을 보라>인데 자신과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을 세상에 알려주기 위해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차의 소제목에서는 천재적 광기마저 느껴지는 니체의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니체는 현명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영양 섭취, 장소와 기후, 휴식을 취하는 자기만의 방식, 이기심을 꼽습니다. 아무것이나 듣고, 보고, 자기에게 다가서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 그것을 '취향'이라고 말합니다. 니체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자기 기질에 맞는 장소와 기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몸에 맞는 영양 섭취와도 연결이 됩니다.
천재가 거의 필연적으로 자기의 안식처로 삼았던 곳, 이런 곳에 사람들은 모인다. 이런 곳은 모두 탁월하게 전조한 공기를 갖고 있다... 나는 탁월하면서도 자유로운 소질을 갖춘 정신이 기후를 선택하는 섬세한 본능을 갖지 못해서 오그라들고 주눅이 들어 버린 전문가나 까다롭고 뚱한 자가 되어버렸던 경우를 목도했었다.
그가 학문을 대하는 자세를 알 수 있는 부분도 나옵니다. 기질적으로 강한 사람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통상 그러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니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기질상 호전적이다. 공격은 내 본능에 속한다... 호전적인 철학자는 또한 문제들에 대해 결투를 신청한다.
시대를 너무 앞서 세상에 다녀간 니체, '이 사람'에게는 사실 그 어떤 배타적인 태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인간을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존재, 니체가 바라는대로 그를 잘 이해하고 싶습니다. 니체는 얕게 알면 오해만 남고 알아갈수록 오해는 걷히지만 혼란이 더해집니다. 역자가 당부하듯 이 책을 몇 번 더 되풀이해 읽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
..
신을 보라.
..
나를 이해했는가?
..
당신을 이해했는가?
20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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