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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48) 한국전통부채에 수묵화·수채화 그리기, 동기랑 점심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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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한국전통부채에 수묵화·수채화 그리기, 동기랑 점심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데 친한 동생에게 카톡이 옵니다. 10년 전쯤 같이 런던에서 공부했던 동생인데 오랜만에 휴가내서 런던에 왔다며 같이 다니던 학교, 자주 가던 곳, 같이 봉사활동하던 기관(British Heart Foundation) 근황까지 알려줍니다. 저만 빠졌지 모든 장소와 사람들이 그대로라는 게 너무 반갑고 재미있습니다. 수업 중에도 틈틈이 동생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리니 수강생분들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합니다.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제게도 추억할 시간들이 꽤나 쌓였나 봅니다.   



화선지에 수묵화 연습을 지난 몇 시간 동안 하고 오늘은 한국전통부채 Abanico coreano에 그림을 그립니다. 흰 바탕에 심플한 그림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예쁜 것 같다고 코멘트를 했지만 딱 한 분만 제 의견을 수용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각자 스타일대로 그립니다. 연습한 것들 중 가장 잘 그린걸 부채에 그리시면 된다고 두 번째 코멘트를 했으나 이번에는 모든 분들이 연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십니다. 타인의 조언이 본인 생각과 맞을 때만 받아들이는, 콜롬비아 사람들이 가진 장점 중 하나입니다.    



미술실 문을 늘 열어두고 수업을 하니 수시로 여러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기관 DIVRI(한-콜우호재활센터) 직원들이 몇 명 들어오더니 부채에 그림 그리는 걸 하고 싶다며 가능한지 묻습니다. 물론이라며 언제든 오시라고 말은 했지만 재고를 보니 부채가 10개 남짓 남았네요. 이제부터 선착순입니다.  



점심은 오랜만에 동기랑 같이 먹습니다. 기관 근처 식당인데 저는 바로 앞에 두고도 처음 와보네요. 주차장 안쪽에 있어서 몰랐습니다. 닭가슴살 구이가 메인인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는데 맛있네요. 점심은 동기가 사줘서 커피는 제가 삽니다. 콜롬비아에는 스타벅스 Starbucks, 후안발데스 Juan Valdez 같은 체인점이 아닌 동네 카페에는 아이스 메뉴가 없습니다. 기관이 있는 동네가 번화가가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곳이 없으니 아쉽네요. 핫리드도 없는 아주 뜨거운 커피를 받아 들고 홀짝거리며 기관으로 돌아옵니다.   



오후 수업에는 기초반 수강생 세 분과 수묵화를 몇 번 그려보신 두 분이 오셨습니다. 예시가 될 만한 그림 두 개를 좌식 이젤에 붙여놓고 그려봅니다. 만달라에 흥미를 붙이신 다니엘은 오늘도 만달라를 그립니다. 수업 중간에 재활코디네이터 신디가 와서 보곤 다니엘에게 편하고 좋아하는 것보다 어려워도 새로운 걸 해보시라고 조언합니다. 제 눈치를 슬쩍 보시더니 대답은 안 하시고 다른 이야기를 하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저도 조언은 조언일 뿐 제 마음대로 하는 편이라 가끔 신디가 서운할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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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수스와 프란시스코는 경증 인지장애가 있고 헤수스는 손 근육을 쓰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어 그림 형태 잡는 것도 힘들어하셨는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시더니 최근에는 선이 하루하루 깔끔해지고 있습니다. 프란시스코는 팔꿈치를 들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선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그으시는데 제가 첫날 수업한 걸 기억하고 그대로 적용하시니 꽤 감동입니다. 아르헨티나 축구팬이라며 새를 아르헨티나 국기 색으로 칠하셨네요. 보호자를 불러 기념사진까지 찍으시곤 의사면담 가야 한다며 아쉬워하며 가십니다. 다음시간에 또 봬요. 



(베드로전서5:6)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Humble yourselves, therefore, under God’s mighty hand, that he may lift you up in due time.


2023.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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