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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243) 먹물로 수묵화 그리고 + 수채물감으로 채색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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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먹물로 수묵화 그리고 + 수채물감으로 채색ㅣKOICA 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반원 형태의 한국 부채 Abanico coreano에 그림그리기로 한 날입니다. 화선지에 한번씩 더 그려보고 부채에 그리시겠다고 하셔서 화선지를 나눠드립니다. 부채에 그리면 되돌릴 수 없으니 조금 더 연습해보고 싶으신 듯합니다. 가능하면 여러 색깔을 레이어드 해서 칠하는 무난한 스타일 보다 특정한 형태가 있는 그림을 고르시라고 했는데 각자 좋아하는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조나단은 새와 물고기를 그립니다. 말 없이 그림에 굉장한 집중을 보이는 분이라 수업 마치자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분입니다. 죠반니도 늘 그림 그릴 땐 헤드폰을 씁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지 고민이 있는지 관자놀이에 계속 손가락을 갖다 대는 죠반니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수없이 긋고 있습니다. 예민한 성정을 가진 분들께 그룹 수업은 불편한 게 많지만 그래도 꾸준히 출석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용을 그린 울리세스의 그림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지는 걸 겨우 참았습니다. 본인 이미지와 너무 닮은 그림을 그리셔서 그렇게 말씀드리니 같이 그림 그리던 분들이 다 빵터집니다. 정말, 정말, 닮았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까르멘은 오늘도 꽃을 그립니다. 오늘따라 죠반니의 그림과 까르멘의 그림이 비슷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 머리 복잡하고 예민해 보인다고 하는데 두 분의 그림이 그렇게 보이는 건 지금 제가 생각이 많아서일 테지요. 



먹물을 처음 사용해보는 이반은 호랑이 민화가 마음에 드는지 한번 그려보겠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그리다가 혼자 피식 웃으시기에 여쭤보니 호랑이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렸답니다. 수정할 방법이 없냐고 물으시기에 '없다 ¡No!'라고, 옆에서 까르멘도 문제없다며 '그것이 예술 ¡Es arte!'이라고 현답을 합니다. 단호한 저와 까르멘의 답변에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웃으시네요. 



오후 수업에 늘 빠지지 않고 오시는 기제르모가 마스크를 하고 오셨습니다. 눈도 충혈돼 있고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미술수업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모시고 왔다며 보호자분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습니다. 독감이 심하다고 하셔서 그림 그리실 만큼만 하고 언제든 힘들면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지난 시간에 그리다가 만 그림을 마무리하시는데 산인줄 알았는데 그림 윗부분에 가득한 곡선은 구름이었네요. 커다란 집에 굵직한 나무, 오리가 노는 연못, 집으로 가는 오솔길까지, 손을 잘 쓰지 못하시는 기제르모에게 이 그림은 나름 굉장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물감을 사용하고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오롯이 혼자 해낸 작품입니다. 잘 말려서 다음시간에 가져가시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말이 없고 그림에만 집중하는 윌리엄은 비슷한 성품을 가진 조나단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겠다고 합니다. 비슷한 성향에 끌리기 마련인가봅니다. 윌리엄은 아직 드로잉 기초도 마치지 못했지만 그림은 진도가 중요한 게 아니니 남은 기간은 다들 원하는 작업을 하시도록 하려고 합니다. 꽤 비슷하게 따라 그리시는 걸 보니 재능보다 관심과 애정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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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릴 때도 고집이 있는 분들은 지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헤수스와 엘리노르가 그런데 두 분다 인지 장애가 있으시긴 하지만 비슷한 장애가 있는 분들에 비해 자기주장도 강하셔서 되도록 긍정적인 반응만 해드리고 있습니다. 포기한 건 아닌데 저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분들도 즐겁게 그림 그리시려면 이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엔 전혀 관심 없던 음영표현은 하려고 하시는 걸 보면 시간이 걸릴 뿐이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자평해 봅니다. 파이팅!  



(요한복음21:22)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더라. Jesus answered, "If I want him to remain alive until I return, what is that to you? You must follow me."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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