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수년에 걸쳐 한 방울 한 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면서 돌을 마모시킬 수 있다. 만일 그 모든 물을 돌 위에 한꺼번에 쏟아붓는다면, 물은 돌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흘러내릴 것이다." (p5)
책 서문에 언급된 랍비 이스라엘 살란터의 말입니다. 눈에 생생하게 보이는 듯한 비유 표현입니다. 공부한 것을 '체득'하고 스스로의 삶이 변화하는 일에는 꾸준한 정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배우고, 그것을 통해 쉽게 그 효과를 얻기를 기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뼈아픈 조언입니다.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가르침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주, 혹은 주 몇 회의 시간을 정해두고 계속해서 배우는 것이 그것을 지식으로 뿐만 아니라 체득하고 삶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총 365개의 교훈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루 하나씩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마음으로 배우도록 해둔 것입니다. 유대인의 삶의 철학이 책 전반에 담겨있는데, 모든 이야기에 깊은 지혜와 통찰이 느껴집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292일째에 잠시 나옵니다. 예로 들고 있는 직업은 '교사, 가르치는 일(리더의 자리)'에 대한 것인데요.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부당하게 화를 낸다거나, 스스로 자기감정을 조절할 수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거나 직업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그 바로 다음 줄에서 설명합니다.
"당신이 갖게 될 새로운 직업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자아와 영혼에 상처를 주지 않게 하는 직업이어야 한다." (p585)
자신의 일이 누군가의 자아와 영혼에 상처를 준다면, 그 일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격의 수양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치열하게 찾으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지속적으로 주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그 일에 합당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두 번째,
가정학대 피해자, 다시 말하면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삼자인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가정 폭력을 말합니다. 실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지인의 지인' 등의 이야기로 가정학대 피해를 인지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아동학대의 경우 이웃, 주변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네 이웃이 피를 흘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지 말라."라는 성경 계율은 이런 상황에 적극 개입할 것을 우리에게 명한다. (p315)
실제 우리나라 법령에도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법에 정한 신고의무자가 있지만, 그 외 누구나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 경찰(112)에 신고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가정폭력범죄를 신고한 사람에게 그 신고행위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이웃에서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면 신고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CCTV보다 이웃의 눈이 더 범죄예방, 혹은 적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웃에서 큰 소리가 나면 커튼을 열고 지켜보다가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다가 체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그 어떤 폭력행위(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몸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행위)도 용인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비록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사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참고로 가정폭력범죄 신고의무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분들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2021.5.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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