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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ㅣ케이틀리 도티, 좋은 죽음, 여성 장례지도사 (ft.메멘토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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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 지인들이 난치병, 불치병에 걸리거나

혹은 지인의 친지, 지인의 지인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나이도 20대~50대까지 다양해서 

"왜?" 라는 질문까지 던지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질병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이, 또 우리 사회가 죽음이나 질병 같은 소위 '어두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고 그래서 얼마나 무지한가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습니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가로막혀 

가던길을 멈춰선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제 마음이 그러한 주제를 향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로 책을 검색했습니다. 

으스스한 책 제목과 달리 에메랄드 색 표지와 골드 문양 기하학 그림이 

관심을 끄는 이 책을 골랐습니다.

 

미국에 거주중인 여자 장의사인 케이틀리 도티가 쓴

장의사로서의 일상을 담은 책입니다.  

그녀는 20대 초반부터 장의사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이나 시체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거나 어둡지 않습니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350페이지가 한순간에 넘어갔습니다.

 '장의사', 우리나라에서는 '장례지도사'라고 불리는 

이 직업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있었을까요. 

 

우리 삶에 얼마나 죽음이 가까이에 있는지...

 

모두가 알면서도 죽음을 모른채하며 삶이라는 한 쪽 면에만 

온 관심을 집중하며 바쁘게 살아갑니다.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삶과 죽음이 

둘 다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우리 삶이 온전하게 풍요롭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가운데 저는 죽은 후의 내 신체, 사체, 시체는

어떻게 다루어 지는가에 생각이 옮겨갔습니다. 

나의 가족이 죽은 후의 사체도 마찬가지겠지요. 

 

육신를 빌려 지구에서 일생을 살았으니 

자연으로 사체를 돌려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어쩌면 죽음 이후의 사체는 

그 당사자의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을 우리는

두려움과 껄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내세우며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그 일을 담당하는 장례지도사들마저 

껄끄러움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바라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인생의 디폴트값 = 죽음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똑같이 주어진 것은 

태어남과 죽음 딱 이 두 가지 입니다. 

 

이처럼 생의 50%를 차지하는 죽음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닐까요.

무지하다는 표현보다는 '외면'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심리적인 부적응은 대부분

그 근원을 캐고 캐다 보면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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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리 도티의 <잘해봐야 시체가 될텐데>는 

죽음을 밝은 곳으로 꺼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죽음은 부정적이거나 불길한 개념이 아닙니다. 

 

죽음은 다만 삶의 다른 한쪽 면일 뿐입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진리가 아닙니다. 

피할 수 없는 그것이 진리입니다. 

 

Memento Mori

(죽음으로 가는 것을 기억하라)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디폴트값인 죽음을

'쉽게 잊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때와 장소는 결코 알 수 없다."

 

이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지금 이 삶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하며

스스로를 겸손하게 합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경험이나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때부터 죽음을 가르치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은

겸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

그러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길을 건너던 남성이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마치 벽에 부딪친 공이 튕겨져나가듯 

차 앞유리에 충돌 후 붕 떠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봤습니다.

 

사춘기이던 중학교 2학년 때는

좋아하던 담임 선생님의 갑작스런 죽음(자살로 추정)으로

한동안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던 연예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입사 초기 옆자리 동료가 말기암으로 입사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어린시절 경험한 다양한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어쩌면 제게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이라할지.. 

뭔가 제 삶이 누군가에게 빚을 진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그래서 오랫동안 해 온 듯합니다.

 

철학과 심리학,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어쩌면 제게 

"너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케이틀리 도티의 삶과 용기 있는 선택, 

그리고 그 삶을 세상과 공유해준 이 책이

더 없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2021.5.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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