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무를 심은 사람ㅣ장지오노, 일상이 만드는 기적, 숭고한 삶
장 지오노(Jean Giono, 1895-1970)가 1953년에 발표한 동화,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야기로 1953년 처음 발표된 후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읽히고, 애니메이션, 동화, 지구녹화 장려 자료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되었습니다.
장 지오노는 첫 원고를 쓴 뒤 약 20년 동안 글을 다듬어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두께가 매우 얇습니다. 이 책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문학적인 아름다움 뿐아니라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저 역시 이 책을 여러 차례 읽으며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혹은 그저 선한 일을 하겠다는 거룩한 의지로 광야에 묵묵히 씨를 뿌려 우거진 산림을 만들어냅니다. 출판사 마다 삽화는 다를텐데 제가 읽은 '두레'출판사의 이 책 삽화는 조금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래 두 그림이 특히 예쁩니다.
광야일때 그곳엔 '나무를 심은 사람' 혼자입니다. 볼품 없는 황야,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곳. 그러나 그곳에서 혼자 자신만의 소명을 해낸 '부피에'라는 나무를 심은 사람 덕분에 수십년 후 그곳은 수풀이 우거지고 먹을 것이 생기고 새와 동물이 찾고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부피에의 삶을 아는 사람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풍성한 수풀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것이지요.
식사를 하기 전에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부피에'처럼 자신의 소명을 묵묵히 해낸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식재료를 쉽게 얻는다는 것까진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한 열매를 맛보면서는 감사를 모르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 해야하는 순간에는 '하필이면 내가 이런 빛나지 않는 일을 해야하지'라고 어리석게 생각하는 저를 돌아봅니다.
부피에가 평생을 들여 하나하나 일궈낸 풍성한 산림을 사람들이 누리는 동안 부피에는 요양원에서 이름도 없이 조용히 세상을 떠납니다. 책은 부피에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엘제아프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p68)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 장 지오노 역시 부피에의 삶을 격찬하고 있습니다. 유명하고, 유능하고, 이름이 난 사람이 되기 위해 모두가 정신없이 달리는 이 땅에서 이름 없이, 힘도 없이, 빛나지 않는 삶을 살아간 부피에 같은 사람을 우리가 다르게 바라보는(거룩한 삶) 것은 우리 인간이 결국 영혼이 있는 존재라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신이 기뻐하실 일인가에 대한 것을 아는 것이지요.
따뜻한 내용의 책입니다. 눈 앞의 이익에만, 한치 앞의 일에만 관심을 쏟으며 사는 저에게 많은 찔림을 주고, 또 큰 감동을 준 책입니다.
202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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