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ㅣ유영만, 삶의 지혜, 니체 위버멘쉬 (나무생각)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우연히 회사 동료가 제게 '나무'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 듯한데 문득 나무가 어떤 생명체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를 나무라고 부르던 동료가 선물해 준 책이 유영만 교수의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입니다. 제목과 출판사(나무생각)의 라임까지 딱 제 스타일인 이 책의 첫 인상이 좋았습니다.
표지를 넘겨 책날개에 적힌 위트있는 작가의 짧은 소개글을 읽습니다. "지성 없는 야성은 야만이고 야성 없는 이성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재미없는 의미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고 의미 없는 재미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고 주장" 한다라고 저자를 소개합니다.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말대로 책 제목, 표지, 책날개에 까지 연이어 독자를 미소짓게 하고 있습니다. 보통 내공의 저자가 아닌 듯해 내용이 기대가 됩니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겠으나 이 책 저자는 글자를 한땀한땀 떠 내려갔을 것 같습니다.
"나무는 주어진 자리를 자신이 살아가야 할 운명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삶을 지향하며 살아간다. 자기 자리를 긍정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물리적 자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것처럼 나무는 운명을 거부하지도 않고 순응하지도 않는 운명애(Amor Fati)를 몸소 실천한다." (p.55)
니체 철학에서 말하는 '위버멘쉬'를 작가는 나무에서 본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에 이 말을 대입하자면, 육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는 삶.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 이 땅에 온 우리의 운명, 거부하지도 순응하지도 않는.. '초월'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삶의 본질은 결국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간과 공간, 육신의 한계를 가진 우리 인생을 운명의 자리로 여기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겠지요.
'삶의 방식'이라는 챕터로 구분된 3부에서는 대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나무 종류 중 처음 씨앗을 뿌리고 5년이 지나면 비소로 싹을 틔우고 이후 1년만에 무려 12m를 자라는 대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5년이라는 지난한 세월을 땅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것인데요. 작가는 이 대나무에 삶을 빗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세상의 일이란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즉 너무도 갑작스럽고 때로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어떤 변화라도 그렇게 되기 까지 인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인지할 수 없는 내밀하고도 오랜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p.189)
우리 사회는 뿌리를 견고하게 하는 인고의 세월은 집어치우고 고속 성장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기본은 간과한 채 발전부터 하려는 욕망을 지적합니다. '양자도약(Quantum Leap)'을 언급하며 다음 궤도로 이동하기 위해 현 궤도에서 100%의 에너지를 축적해야하는 만큼, 99%의 에너지가 축적되는 동안 겉으로 보기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1%가 채워진 순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생태계를 관찰하며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일은 흥미롭습니다. 그 어떤 교훈이나 지식보다 자연이 주는 통찰의 깊이는 언제나 우리를 더욱 잠잠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02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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