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정원가꾸기의 즐거움ㅣ헤르만헤세, 산문집, 드로잉과 가드닝 (반니)

728x90
반응형


[책] 정원가꾸기의 즐거움ㅣ헤르만헤세, 산문집, 드로잉과 가드닝 (반니)


다시 헤르만헤세의 책입니다.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은 책 제목 그대로 헤세에게 즐거움이 되어준 정원 가꾸기에 대한 헤세의 산문집입니다. 헤세가 남긴 그림은 대부분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 인물을 그린 유일한 작품이 '정원사 헤세'일만큼 헤세가 정원에서 얻은 위로와 기쁨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헤세와 헤세의 그림 '정원사 헤세' (출처: 헤르만헤세 전시회 도록)

 

구두를 신은 정원사. 헤세는 그야말로 정원을 '좋아하는', '작가' 였던 것 같습니다. 정원에서 찍은 헤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귀여움'이라는 단어보다 더 마침맞은 표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영혼이 느껴집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겠지요. 저도 헤세 곁에서 정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개미를 눈으로 뒤쫓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반응형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로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

 

자연이 주는 정직한 결실에 감탄하며 정원에서의 삶을 통해 영혼을 돌보고 자연과 교감한 헤세에게 정원을 가꾸는 일이란 위대한 배움터가 아니었을까요. 삶에 치이고 지쳐 무력함이 들때, 정직함과 거스를 수 없는 진리가 있는 자연이 더 없는 위로가 되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입니다.

 

 

나무

 

나무는 늘 가장 깊은 감명을 주는 설교자다
사람들 사이에서, 집 안에서, 숲에서, 들판에서 자라는 나무를 존경한다
홀로 자라는 나무를 특히 더 존경한다
그런 나무는 고독한 사람 같다
니체 처럼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위대한 사람 같다
(p.76) 

 

 

불꽃놀이

 

나는 기술을 믿지 않고, 진보라는 이념도 믿지 않으며, 
우리 시대의 찬란함이나 위대함도 믿지 않고
그 무슨 '중심 사상'이라는 것도 믿지 않는다
반면 '자연'에 무한한 경외심을 갖고 있다

소위 쓸모 있는 발명품들 덕분에 구경할 만한 세계 박람회나 근사한 자동차 전시장이 생겨났지만

그 뒤에는 창백한 얼굴에 보잘것 없는 임금을 받는 수많은 인부와 질병, 황폐함이 뒤따른다
인류는 증기기관과 터빈을 갖게 되었지만 지구는 끊임없이 파괴되어간다
그뿐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얼굴에 나타난 일그러진 표정, 
쇠약해진 영혼, 파업과 전쟁 같은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그야말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p.137)

 

 

도시 나들이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생의 가치를 믿지 않는다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자연이 '인간'이라는 실험을 할 때 
인간의 무의미함과 가망 없음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발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수월하고 좀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싶어 
때때로 다른 행동을 하고 생활에서 이것저것 바꿔보기도 한다
(p.153)

 

자연과 인간에 대한 헤세의 철학이 녹아있는 산문들입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작가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이란 작가의 삶이기 때문인데요. 저는 헤르만 헤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소설, 시, 수필, 그림까지. 제 친구가 제게 '헤세할매'(헤세 할아버지의 짝궁이라는 의미)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녹록치 않습니다. 헤세는 살기 위해 '해석'해야했을 겁니다.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자신을 찾는 여행을 끊임없이 해야만 했겠죠.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정원 가꾸기는 그 여행에서 꼭 필요한 동행이었을 것이고 헤세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주었을 겁니다. 


2021.4.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