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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큐Q정전ㅣ루쉰, 21세기의 아큐는 누구인가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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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큐Q정전ㅣ루쉰, 21세기의 아큐는 누구인가 (범우사)


<아큐Q정전>은 루쉰(1881-1936)이 40세이던 1921년 출간한 근대소설입니다. 해외 각국으로 번역, 수출되면서 중국 문학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이후 영화나 드라마로도 수차례 각색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루쉰은 '아큐(아Q, 아퀘이, 아Quei)'라는 인물의 인생을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 아큐를 통해 당시 중국인들을 깨우고자(계몽) 했습니다. 

 

꽤 오래전 처음 <아큐Q정전>을 읽었을 때 단순히 '바보' 이야기로 여겼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맞고,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도 한 번 못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자신만의 상상으로 본인이 승자라고 여기는 아큐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지금 다시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아큐가 참 안쓰럽게 보이네요. 아큐에게서 제 모습도 보입니다. 

 

 

모든 상황에는 좋고 나쁨은 없고 해석만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아주 극단적으로 자기 삶에 대입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큐입니다. 실제 '정신승리'라는 표현도 이 작품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조영감'에게 느닷없이 따귀를 맞고도 대응도 대항도 하지 않고 물러서는 아큐, 심지어 건달패에게 두들겨 맞은 아큐는 이렇게 행동합니다. 

 

아큐는 한참을 서서 생각했다. '나는 아들놈에게 맞은 거나 다름없어. 이놈의 세상은 정말이지 돼먹지 않았단 말이야.' 그리고는 승리를 얻은 양, 득의만만해서 가는 것이었다. 아큐는 자기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성미였다. 그래서 아큐를 골려주는 사람들은 거의 아큐에게 이런 정신적인 승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겁 많고 어리석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인물이 바로 아큐입니다. 평론가들은 아큐를 19세기말 20세기초 당시 중국인들이 가진 패배 근성과 노예 근성, 피해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큐는 어쩌면 그러한 것들로 인해 상처받은 인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 승리법을 이용해 자신을 다독이지 않았다면 아큐는 건달패와 몰려다니며 더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인물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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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은 인간이 얼마나 악한 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게 된 아큐를 향해 나쁜놈이라고 말하며 그가 사형당하는 것이 그가 나쁘다는 증거라고 여기는, 자기 스스로 옳고그름에 대해 생각하는 것 조차 포기한 대중입니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벌어지는 상황에만 흥미 있는 악인입니다. 그 대중의 모습 속에서도 저를 발견합니다. 

 

나쁘지 않았으면 왜 총살을 당하겠는가? 그들은 대부분 불만이었다. 총살은 목을 자르는 것만큼 볼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얼마나 시시한 사형수인가. 그토록 오랫동안 조리돌렸는데도 창 한 마디 못 하고. 그들은 공연히 헛걸음만 쳤다고 생각했다. 

 

<아큐Q정전>은 루쉰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데 사상성, 예술성 면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서문에 따르면 아큐는 정신승리법이라는 공허한 영웅주의와 무력한 패배주의에 빠져 민족적 위기에도 대국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중국을 상징하며 그런 자기 민족에 대한 힐책을 담고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시대에 따라 작품 해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독자마다 보는 시각도 다릅니다. 저만해도 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으니까요. <아큐Q정전>을 과거에 머문 소설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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