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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ㅣ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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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ㅣ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위즈덤하우스)


아일랜드 더블린(Dublin, Ireland)에 갔을 때 바위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를 한 독특한 오스카 와일드 기념비(The Oscar Wilde Memorial)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상은 검은색 바지에 짙은 녹색 재킷을 입고 온 세상을 아래로 보듯 거만한 자세를 하고 있는데, 마침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오스카 와일드가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하네요. 덕분에 여러 판본 중 위즈덤하우스 책을 골랐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은 10대 시절 처음 읽었습니다. 당시 도리언 그레이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스카 와일드의 외모(!)와 생애를 궁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이 많던 사춘기 시절 철없는 이상주의자 '도리언 그레이',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그것에 열렬히 감탄하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전혀 쓸모없다. 

 

서문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이 책을 소개하는 글 중 한 부분입니다. '쓸모'라는 것은 효용, 산업화한 예술을 이야기합니다. 전적으로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만이 가치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를 유미주의(aestheticism: 아름다움을 예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예술사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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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월의 짐은 초상화가 모두 떠맡고 자신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며 흠 없이 화려한 빛만 발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오만과 정념으로 똘똘 뭉친 극악무도한 순간들이여! 그의 모든 타락은 바로 그 기도 때문이었다.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이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던 간절함은 결국 사는 동안 벗어버릴 수 없는 괴로운 짐이 됩니다. 결국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대변하는 늙지않는 초상화에 칼을 꽂아 죽이는 것으로 그의 기도는 끝이 납니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19세기 후반과 21세기인 지금은 나르시시즘, 외모지상주의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을 듯합니다. 도리언 그레이를 비난하기보다 감정이입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오스카 와일드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가 '과거'에 남아있지 않고 계속해서 불려 나오는 것은 어쩌면 도리언 그레이를 통해 묻고자 했던 것이 영원히 계속될 질문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3.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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