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베들레헴 성모 공원묘지 전망대, 고양이 마을 푸사가수가ㅣ콜롬비아 Colombia Fusagasugá
푸사가수가(Fusagasugá) 마을은 정말 평지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길이 경사로입니다. 대략 중앙광장을 기준으로 동쪽이 높고 북서쪽도 조금 높습니다. 문득 어딘가 조금만 올라가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 지대가 높은 곳에 볼거리가 있나 구글맵을 찾다 보니 베들레헴 성모 공원묘지(Cementerio Nuestra Señora De Belén)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도상으로는 어느정도 오르막길 인지 알 수 없지만 2,600m 보고타(Bogotá)에 적응한 몸이니 고산부심으로 올라가 봅니다.
가는 내내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오래된 도시라 길이 반듯반듯하지 않아 구글맵도 헷갈리네요. 행인들에게 수시로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하며 갑니다. 저는 주로 여행지에서 길을 물을 때 표정이 밝은 젊은 연인들에게 묻는 편인데 경험상 친절하기도 하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연인이 걸어오길래 제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물어봅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절반쯤 온 듯한데 뒤를 돌아보니 마을이 벌써 내려다보입니다.
이 마을은 고양이 마을이네요. 집집마다 고양이들이 문 앞에 나와 앉아있습니다. 털이 깨끗하고 목에 인식표를 단걸 보면 모두 집고양이들입니다. 고양이가 많은 걸 보니 살기 좋은 마을이네요. 지도상으로는 거의 다 왔는데 골목이 또 헷갈립니다. 할머니와 10대 손자가 골목에서 나오길래 길을 물어보니 자기들도 공원묘지에 갈 거라며 집에 잠시 짐을 두고 나올 테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금방 다시 나오시네요. 같이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제게 어디서 왔냐고 하셔서 '지금은 잠시 보고타에 살고 있는데..'라며 답변을 이어가는데 '한국에서 왔지?(¿Eres coreana?)'라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손자랑 둘이 마주 보고 맞혔다며 기뻐합니다. 역시 아이들 눈이 글로벌합니다.
이야기를 더 나누다보니 할머니의 아들이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하시네요. 가는 동안 푸사가수가(Fusagasugá) 마을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지에 대해 외국인인 제게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주시느라 숨이 가빠지실 정도입니다. 한국을 좋아하는 아들처럼 한국인 관광객도 자신의 고향마을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신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손자는 묘지 바로 옆 조카네가 목적지라 저를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되돌아가십니다. 만나서 반갑고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베들레헴 성모 공원묘지(Cementerio Nuestra Señora De Belén)는 입구부터 조경이 예쁘게 잘 되어있고 기대했던 대로 지대가 높아 전망도 좋습니다. 아까 갈이 올라오면서 할머니가 제게 공원묘지에는 무슨 일로 가냐고 물으셨는데 입에서 느닷없이 '여러나라의 장례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Estoy estudiando la cultura funeraria de varios países.)'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거짓말인지 제 마음속 바람인지 모를 만큼 주저 없이 나온 답변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각국의 장례문화, 재미있을 것도 같네요.
전망도 구경하고 공원묘지도 둘러봅니다. 교회당 앞에는 성모상(estatua de La Virgen)이 있고 공원 가장 높은 곳에는 예수상(estatua de Jesús)이 세워져있습니다. 제가 가본 중에는 이곳이 콜롬비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묘지입니다.
콜롬비아는 마을마다 중앙광장, 대성당, 공원묘지가 있습니다. 태어나면 마을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죽으면 고향 마을의 공원묘지에 묻히는 게 당연한 삶,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으니 현재를 기쁘게 살아가고 죽음도 그리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오는 길에 보니 배가 연두색인 새 한마리가 총총총 참새처럼 뛰어갑니다. 콜롬비아에서도 처음 보는 새인데 너무 예쁘네요.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은 자연에 속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갈까봐 줌을 최대한 당겨 찍었는데 잘 나왔습니다. 다시 중앙광장 쪽으로 내려가는데 반대쪽 골목에도 어김없이 고양이들이 보입니다. 한 마리는 게으른 매점 주인마냥 계산대 위에서 낮잠 중이고, 또 다른 녀석은 나무 아래 벤치에서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안녕, 다들 잘 지내렴.
(예레미야29: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For I know the plans I have for you, declares the LORD, plans to prosper you and not to harm you, plans to give you hope and a future.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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