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기초반 미술 드로잉 수업: 원근법, 1점 투시도법ㅣ콜롬비아 보고타
제가 좋아하는 생선찜이 오늘 구내식당 단일 메뉴로 나왔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밥을 먹고 있는데 죠나단이 '여성의 날을 축하한다(¡Feliz día de la mujer!)'라며 초콜릿을 주고 갑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3월 8일이라 이미 한참 전에 지났는데 오늘 또 행사가 있으니 챙겨주시네요. 죠나단은 치아가 정말 하얀데 늘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해서 치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콜롬비아인인데 커피를 즐기시지 않는 걸까요, 궁금하지만 물어볼 순 없습니다.
후식은 콜롬비아 전통 디저트 보카디죠 벨레뇨(Bocadillo veleño: Dulce típico)인데 설탕 덩어리를 먹는 느낌이라 두 번 베어 먹고 내려놓습니다. 흰색과 빨간색 두 종류의 구아바(Guava)로 만드는데 비자오 잎(hoja de bijao)으로 싸여있습니다. 달콤한 후식으로는 콜롬비아를 따라올 곳이 없을 듯합니다.
오후 수업은 네 분이 오셨습니다. 다들 그림은 처음이라고 하시지만 그림 그리는데 열정적이시고 점잖은 성품이 닮은 분들입니다. 약간의 뇌병변장애를 가지신 한 분은 콩테(Carboncillo)로 드로잉을 하시도록 하고, 세 분과는 원근법 수업을 합니다. 1점, 2점, 3점 투시에 대해 설명드리고 1점 투시도 하나를 예로 삼아 그려봅니다.
수업 중에 신디가 와서 좀 이따 홍보팀에서 영상 찍으러 온다고 합니다. 요즘 수업 중에 촬영을 하거나 방문객이 오는 경우가 잦네요. 신디가 수업 내용을 듣더니 1점 투시에 대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해주고 필요하면 사용하라고 자(regla)도 여러 개 가져다줍니다. 역시 경륜이 중요합니다. 다들 다행스럽다는 표정이시네요. 저는 웬만하면 모든 그림을 도구 없이 그리도록 하는 편인데 초급인 분들께는 도구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1층 로비에 그림들이 다 내려가 있어서 미술실이 휑 하네요. 왔다 갔다 하기에는 편하고 좋습니다. 처음이라 다들 어려워하시지만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말씀합니다. 원근법이나 1점 투시도법을 아예 처음 들어보셨다고 하시니 미술 교육이 콜롬비아에서는 흔하지 않은 게 맞는 듯합니다. 세 분 모두 허투루 대충 그리시지 않으니 저도 오랜만에 수업하면서 기운이 납니다. 수업 마치는 시간에 신디가 다시 와서 마무리하자고 하는데 다들 펜을 놓지 못하시네요. 이대로 몇 시간 더 그릴 수 있으실 텐데 끊어야 하니 아쉽습니다. 한분(파트리시아)은 집에 가서 마무리해 오신다고 챙겨가십니다.
링콘은 콩테로 나무를 그리셨습니다.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이 정도 그려내신 건 대단한 일입니다. 기관(DIVRI)에 그림 그리러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옆에서 활동지원사 분이 말씀하십니다. 문득 링콘의 티셔츠를 보니 동물 털이 가득 묻어있습니다. 고양이 집사인 저로서는 괜히 반가운 마음에 반려동물(mascotas) 키우시는지 여쭤봅니다. 개 4마리, 고양이 5마리, 총 9마리의 반려동물과 같이 사신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가족도 많고 반려동물도 많고 정말 대가족이시네요.
오늘도 퇴근길에 입구에 웅크리고 자는 깐델라(Candela)에게 인사하고 갑니다. 날이 쌀쌀해서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있네요. 안에 들어가서 자면 될 텐데.. 고양이 집사 다운 걱정을 속으로 해봅니다. 개랑 고양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집 가서 다콩이 사진이랑 영상 봐야지 생각하며 퇴근합니다.
(로마서15:13)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May the God of hope fill you with all joy and peace as you trust in him, so that you may overflow with hope by the power of the Holy Spirit.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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