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타비오 산타 바바라 채플·전망대 + 채식 식당ㅣ콜롬비아 Colombia Tabio
타비오(Tabio) 마을의 가장 높은 언덕에 산타 바바라 채플(Capilla de Santa Barbara)이 있습니다. 1604년에 세워진 400년 넘는 역사가 있는 타비오 최초의 교회입니다. 언덕길 중간중간 계단이 있는데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계단에 온통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콜롬비아에도 수동(manual) 자동차가 많은데 그래서 언덕길은 보행자가 차를 배려해줘야 합니다. 부아아아앙~ 굉음을 내며 시동 꺼뜨리지 않고 한 번에 올라가는 게 관건입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이지만 11시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이 속속 채플로 모여듭니다. 급할 것 없는 관광객은 느긋하게 올라갑니다. 장화 신고 신이 나 일부러 물웅덩이도 찾아 밟습니다. 문제는 3단 우산이 폭우를 다 받아내지 못해 정수리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네요. 큰 비를 막아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톨레도(Toledo) 같은 스페인 시골지역에서 보이는 건축 형태가 콜롬비아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예쁘네요.
산타 바바라 채플은 워낙 크기가 작아 입구에서부터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잠시 비를 피해갈까 싶어 안쪽을 기웃거리는데 신자도 많고 신부님도 너무 가까이 보여 입구에 잠시 서서 우산에 빗물만 털어내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날이 쌀쌀한데 밖에 오래 있었더니 감기 기운이 다시 슬슬 올라옵니다. 마을로 내려가 점심부터 먹어야겠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왔던 길을 돌아가려니 돌바닥이 미끄러워 조금 둘러가더라도 옆 길로 갑니다. 길가에 나무들이 어찌나 크고 잎도 무성한지 식물원이 따로 없습니다. 왼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오네요. 검은 비 구름으로 덮인 타비오(Tabio) 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아까 잠시 들렀던 공원묘지(Cementerio de Tabio)도 보이네요. 길이 이어진 모양을 보니 조금이 아니라 마을을 한참 둘러가게 생겼습니다. 다시 아까 내리막길 쪽으로 되돌아가 마을로 내려갑니다.
적당한 식당이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특이한 벽화가 눈에 띄어 간판을 쳐다보니 채식식당(Restaurante veganos)입니다. 오! 행운이네요. 식당 입구 메뉴판을 보는데 발아래에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누워있습니다. 옆으로 살짝 피해 들어갑니다. 아직 이른 시각인지 손님은 저뿐입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우산도 정리하고 젖은 바짓단도 털고 있는데 아까 문 앞에 누워있던 개가 어슬렁대며 오더니 제 발 밑에 눕습니다. 사람의 체온이 따뜻하다는 걸 아는 똘똘이네요.
따뜻한 허브티(aromática)와 수프가 먼저 나옵니다. 메인 메뉴는 야채로 만든 고기 질감의 소시지가 들어간 볶음밥인데 샐러드(ensalada)는 셀프바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수프가 특히 맛있네요. 음식 조금 나눠줄까 싶어 테이블 아래를 보니 큰 개가 이미 자리를 옮겼습니다. 식당에서 이 시간쯤 식사를 챙겨주나 봅니다. 한쪽에서 식사 중이네요.
타비오에서는 보고타 북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del Norte)로 가는 버스도 있고, 남부(Portal 80)로 가는 버스도 있어서 잘 보고 타야합니다. Portal 80은 거리상은 집에서 더 가까운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 북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감기 기운에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네요. 갈 땐 어차피 터미널에 내리니 편하게 잠을 청합니다.
(욥기5:9) 하나님은 헤아릴 수 없이 큰 일을 행하시며 기이한 일을 셀 수 없이 행하시나니. He performs wonders that cannot be fathomed, miracles that cannot be counted.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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