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수묵화 한국화 그리기 + 기초 펜드로잉 수업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새로 오신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먹물(tinta coreana)로 수묵화 그리기를 합니다. 펜드로잉만 하시던 한분(이반)은 오늘 처음 붓을 사용해 보신다며 붓을 연필 잡듯 쥐고 그립니다. 콜롬비아는 2020년 OECD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교육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정규교육과정에 미술, 음악 등 예술분야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관(DIVRI)에서도 미술 수업을 진행하려면 대학교수를 섭외해야 할 정도입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림을 처음 그려본다는 분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붓을 처음 사용하시니 선이 길게 나가지 않습니다. 짧은 선으로 선을 다듬 듯 그려나갑니다. 붓 쥐는 법과 선 긋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드리고 편하게 연습하시도록 합니다. 이반도 경찰 퇴직하신 분인데 미술수업에 만난 대부분의 경찰, 군인 분들이 손에 힘 빼는 데 꽤 시간이 걸립니다. 조금씩 느낌을 익혀나가시겠지요. 그림그릴 때 이반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 보는 저도 즐겁습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미술수업에 오시는 아이껜과 알렉스는 1시간 동안에도 여러 장을 연습 삼아 그립니다. 아이껜은 화선지에 수채화용 붓으로 먹물 스케치를 하고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하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퓨전이네요. 짙은 테두리에 원색 컬러감을 좋아하는 아이껜의 그림은 언제 봐도 귀엽고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집니다. 수묵화는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 그려본 게 전부인데 그래서 오히려 수강생분들이 먹물을 자유롭게 사용하시는 걸 편하게 볼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 한국화 수업의 가장 큰 목표는 콜롬비아 사람들이 '중국물감(Tinta china)'이라고 부르는 우리 먹물을 '한국물감(Tinta coreana)'으로, '중국종이(Papel chino)'라고 부르는 화선지를 '한국종이(Papel coreano)'로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긴 하지만 가끔 한국물감, 한국종이라고 부르는 분들을 봬면 뿌듯합니다.(흐뭇) 오늘도 수업 중에 재료명을 여러 번 안내합니다.
경찰 퇴직자 두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종이를 나눠드리고 자유롭게 아무 그림이나 그려보시라고 합니다. 마침 두 분 수준이 비슷하셔서 같이 수업을 합니다. 기초 선 긋기, 크로키(croquis), 컨투어 드로잉까지 1시간 안에 다 해봅니다. 두 분 중 한 분(존)은 처음 미술실 오셨을 때와 비교해서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그림 배우는 일이 너무 멋지다며 잘 배워보고 싶다고 오늘 연습장 한 장씩 찢어 그린 것들도 다 가져가겠다고 하십니다.
12시까지 수업이라 5분 전에 마치고 작업대 정리하자고 하니 존은 12시까지 그리겠다고 우깁니다. 1시간 만에 그림과 사랑에 빠진 분을 만나게 되네요. 옆에서 캔버스 작업 중이던 루이스가 저 선생님 7월 초에 한국 가니까 그전에 열심히 와서 배우라고 말합니다. 갑자기 존의 표정이 변하더니 왜 가냐고, 언제 다시 오냐고 묻습니다. 약간 성급하고 부산스러운 성격이신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의 특성상 몇 번 오시고 안 오실 것도 같지만 오늘 하루 그림 그리며 즐거우셨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수업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욥기40:8) 네가 내 공의를 부인하려느냐 네 의를 세우려고 나를 악하다 하겠느냐 "Would you discredit my justice? Would you condemn me to justify yourself?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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