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콜롬비아 친구랑 보고타 한국식당, 삼겹살+김치찌개+비빔밥 (ft.외국인이좋아하는한국음식)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 Colombia)에 오리엔탈 식당은 여러 군데 있지만 한국음식 전문점은 두 곳 있습니다. 대사관(Ambajada de Corea del sur) 근처에 있는 한국관(Casa de Corea)과 아리랑(Arirang)인데, 오늘 현지인 친구 한 명과 한국관에 갑니다. 얼마전 어머니를 잃은 친구와 같이 시간도 보낼 겸 제가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친구 어머니, 친구, 조카까지 넷이 한국음식 먹으러 가자고 했었는데.. 오늘은 친구랑 둘입니다.
어떤 메뉴를 시낄까 고민하다가 고추장삼겹살, 김치찌개, 비빔밥을 주문합니다. 다 약간 매운 음식인데 친구는 매운걸 잘 먹습니다. 젓가락을 잠시 써보더니 포크로 바꿉니다. 셋 중에 고추장삼겹살이 가장 맛있고, 비빔밥, 그다음이 김치찌개라고 하면서 김치찌개에서는 토마토맛(?)이 난다고 합니다. 밑반찬 중에는 오이무침이랑 동그랑땡, 두부조림이 맛있다고 해서 직원분께 좀 더 달라고 했더니 김치 외에 다른 반찬은 추가주문이 안 된다고 하네요. 메뉴 3개를 시키면서 먹고 남으면 포장해 가자고 했는데 남김없이 다 먹습니다.
친구는 예전에 이 근처에 회사가 있어서 동네를 잘 알고 있습니다. 괜찮은 카페가 있다고 후식은 본인이 살 테니 가자고 합니다. JACQUES라는 파리(Paris, France) 콘셉트의 카페인데 외관부터 예쁩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Palais Garnier) 근처 Capucines가에 있는 스타벅스와 내부가 비슷한데 더 고풍스럽고 그림이 더 많습니다. 디저트 쇼케이스가 놓인 입구는 런던에 있는 터키식 커피숍(Kahve Dunyasi) 분위기가 납니다. 뭔가 중남미 콜롬비아에서 쌀쌀한 초겨울 유럽 감성이 느껴지네요. 저희 둘은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코드가 잘 맞아 만나면 편하고 좋습니다.
제 미술수업 수강생이셨던 친구 어머니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시간을 보냅니다. 떠나시는날까지 식사도 잘 하시고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즐기셨다고 하는데 이별은 늘 갑작스럽습니다.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친구에게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쳐다보며 작게 고개만 끄덕입니다. 말을 하면 눈물이 같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갑자기 밖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밖에 쏟아지는 폭우를 보는 건 행운입니다. 둘다 잠시 넋 놓고 비 오는 걸 바라봅니다. 우산 없이 그냥 비 맞고 가는 사람이 있길래 우리나라에서는 빗물에 좋지 않은 성분이 있어 대부분 우산을 쓰고 다닌다고 했더니 친구네 할아버지는 빗물을 받아 요리도 한다며 콜롬비아는 빗물이 깨끗하다고 합니다. 양쪽 다 나름의 믿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비 맞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길래 일어나 카페 내부 구경을 해봅니다. 오페라 극장 느낌의 인테리어가 근사합니다. 2층에는 빈티지 소품숍도 있고 고풍스러운 서재 느낌의 자리, 실내 정원으로 꾸며놓은 자리도 있네요. 친구는 외국인 제게 이것저것 소개해주는 걸 좋아해서 같이 다니면 재미있습니다. 카페 인근에는 역시 유럽풍의 4층 건물이 있는데 건물 전체가 미용실(Norberto Peluquería)입니다. 연예인들이 주로 가는 미용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근처에 고급 승용차도 많이 보이고 우산을 대신 받쳐 든 경호원도 보입니다.
친구는 오늘 삼촌이 60세 생신이라 저녁식사 모임이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먼 친척과도 친하게 지내고 수시로 왕래도 합니다. 특히 주말, 공휴일에는 거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콜롬비아의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게 이런 가족 중심의 공동체 문화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촌 선물을 같이 골라달라고 해서 인근 쇼핑센터에 가서 홈웨어 한벌을 사고, 저도 근처 문구점에서 선물용 포장지를 하나 삽니다. 4시쯤 친구랑 헤어지고 친구는 삼촌댁으로, 저는 집으로 갑니다. 가는 동안 친구가 앞으로 계획하는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집에 와서 낮에 산 포장지로 선물 포장을 합니다.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줄 선물인데 포장지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내내 두고 보다가 드디어 숙제를 했습니다. 점심을 많이 먹어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아까 아침에 침구가 집에 가져다준 망고와 빵으로 저녁을 준비합니다. 망고 농장을 하시는 할아버지댁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망고 중 가장 신선하고 또 맛있습니다. 망고를 배 부를 만큼 먹는 건 처음이네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이사야45:2)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하게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I will go before you and will level the mountains ; I will break down gates of bronze and cut through bars of iron.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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