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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174) 쉬운 종이접기 Origami, 아크릴화 Acrílica: 가면+풍경, 장애인 미술수업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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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쉬운 종이접기 Origami, 아크릴화 Acrílica: 가면+풍경, 장애인 미술수업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늘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그림 그리는 분(죠반니)이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거의 오시지 않았는데 올해는 거의 매 수업 빠지지 않고 오십니다. 한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하셨고, 말씀도 없고 차분하지만 강단 있는 이미지입니다. 대부분 수강생분들이 12시까지 수업이면 12시까지 작업하고 후에 화구를 정리하고 12시 10분쯤 빠져나가는데 죠반니는 늘 11시 30분쯤 작업을 마무리하고 정리한 후 가십니다. 어딘지 깊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 언젠가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림 두 개를 이번에 완성하셨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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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의 '푸른 말'도 완성됐습니다. 예쁜 갈색 눈에 은빛이 감도는 하얀 갈기도 멋지네요. 풍경화 그리는 중인데 고산지역에서 나고 자란 콜롬비아 사람이라 그런지 깊은 산과 숲이 잘 표현됐습니다. 죠반니와 루이스의 그림은 어느 유명 갤러리에서 사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드리아나도 밤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드리아나는 장애인 활동보조하는 분이라 새 캔버스는 드리지 못하고 재활용한 캔버스를 사용합니다.





장애인 분들과는 수요일마다 종이접기를 합니다. 손과 팔 근육을 재활하고 인지능력도 돕기 위한 신디(재활코디네이터, 미술교육 코워커)의 제안입니다. 종이접기 한 결과물들을 모아 커다란 캔버스에 붙여 농장 풍경화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개, 돼지, 해바라기, 지갑을 접기로 합니다. 제가 열 분, 신디가 열 분을 맡아 접는 걸 도와드립니다.




천천히 직접 하시도록 지도해 드리는 게 가장 좋은데 신디가 얼른 진도를 나가자고 해서 거의 대신 접어드리게 됩니다. 결국 해바라기는 못 하고 지갑까지만 접은 후 지갑은 가져가시도록 합니다. 뭔가 빨리 결과물을 내야 하는 신디의 입장과 수강생들의 재미와 성취감이 우선인 봉사단원 사이에는 늘 약간의 긴장이 있습니다. 덕분에 중간정도에서 재미도 있고 결과물도 나오는 수업이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지체장애가 조금 심한 이용자 한 분(이반)이 새로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보호자로 같이 오셔서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모두 아들의 손을 잡고 도와주십니다. 종이접기 수업이 끝난 후 30분 정도 여유가 생겨 다른 분들은 그림 그리시도록 하고 이반에게 갑니다. 드로잉, 컬러링, 클레이, 파스텔 등 여러 재료로 같이 몇 가지 작업을 해봅니다. 



칸에 맞게 색을 입히고, 줄을 잘 긋는 것은 장애가 심한 분들께는 중요한 과업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아버지께 이반이 혼자 할 수 있게 해 보자고 말씀드리고 옆에서 지켜보니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지만 집중하면 짧은 시간 동안은 강약 조절이 됩니다. 종이접기 할 땐 내내 경직돼 있던 이반이 혼자 색칠하고 혼자 클레이를 만지며 신나서 손뼉까지 치고 소리 내서 웃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색연필보다 파스텔을 선호하니 당분간은 파스텔 컬러링과 클레이를 해봐야겠습니다. 미술수업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이반, 다음시간에도 뵈어요!



지난 시간 점묘화 수업 때 마무리 못한 걸 가져가셨던 분들이 숙제로 해오셨습니다. 그림도, 색칠도 너무 귀여워 자꾸 웃음이 나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 다행입니다. 미겔과 다비드에게 색칠이 덜 된 부분은 더 작업하실 건지 여쭤보니 한쪽 눈을 찡긋합니다. 그림을 크게 그리고 시작한 그림은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가 늘 잔소리를 하니 나름 애쓰신 것 같습니다. 이만큼이라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레미야애가3:27) 사람은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으니 It is good for a man to bear the yoke while he is young.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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