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장애인 미술: 점묘화 Pointillism + 한국 상징물 수업, 아크릴물감 풍경화 그리기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굳은 제 사고가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수업시간에 전혀 말씀도 없으시고 조용하게 그림만 그리고 인사도 없이 가시는 인지장애인 한 분(마리아알레한드라)이 계십니다. 오늘도 수업 중에 옆으로 가서 그림 그리는 걸 도와드리는데 책상에 받치고 있는 제 왼손에 본인 손을 포개고 말없이 웃으며 저를 쳐다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끔 수업에 장애인 분들이 너무 많이 오시면 내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 덜컥 나기도 하고, 인사도 없이 가시는 분들을 보면 서운할 때도 있었는데 장애를 대하는 시각이 여전히 비장애인인 나 중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술 지도를 잘하는 것을 떠나 그분들께 상처나 드리지 않길 바랍니다.
점묘화(Puntillismo) 수업을 해봅니다. 노트북을 깜빡하고 가져가지 않아 화이트보드에 그리도 막 그리고 글씨도 괴발개발 씁니다. 여기저기 공지사항 적어둔 것과 겹쳐서 보드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해와 나비 이미지를 예시로 몇 개 그려두고 풍경화를 그리시도록 합니다. 그러데이션 효과를 줘서 점을 찍어 컬러를 입히는데 지금까지 하던 컬러링과 달라서 그런지 집중해서 하시네요. 색칠보다 점묘법이 치료 효과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내심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 수업 시간에 마무리 못한 건 미술실에 뒀다가 다음시간에 이어서 하는데 오늘은 집에 갖고 가서 마무리해 오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7명이 가져가지고 세분만 제게 맡기고 가십니다. 오! 점묘화 반응이 좋네요. 이번주부터는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수업을 1시간씩 2타임으로 나눴습니다. 수강생이 너무 많아 오전에 1타임 2시간 수업을 하려니 30명 가까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또 분반을 했습니다. 수요일은 모든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날은 좌석수만큼 선착순 20명에서 끊기로 합니다. 전화 돌리고, 분반하고, 코워커 신디가 바쁩니다.
숙제를 내달라는 분이 몇 분 계신데 그중 파트리시아는 그림을 처음 배운다며 제가 돌아가기 전에 아크릴화까지 배워보고 싶다고 열의를 보이십니다. 도안 두 개를 드리고 이런 스타일로 그려보시라고 했더니 그대로 그려오셨습니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이런 정성이면 다음시간부터는 중간 수준의 펜드로잉을 해봐도 좋겠습니다.
루이스는 내내 사람만 그리다가 지난 시간부터는 풍경화를 그리는 중입니다. 월든(Walden) 호숫가에 지은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오두막 같네요.
오후수업에 오신 분들은 지난 시간에 마무리 못한 한국 상징물 그리기를 합니다. 한국전통문화 수업을 하다 보면 일본과 우리나라의 것을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태극기, 한복, 비빔밥은 제가 하도 이야기를 해서 확실히 알고 계십니다. 김밥과 스시도 이번에 제대로 구분하시도록 스시는 싱싱한 생선을 이용하고 김밥은 주로 조리된 야채와 고기가 들어간다고 설명해 드립니다. 잘 이해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김밥 먹고 싶네요.
(골로새서2:3)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있느니라. in whom are hidden all the treasures of wisdom and knowledge.
2023.2.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