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한국문화 Cultura Coreana 수업, 한국 상징물+음식 그리기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살다 보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결정에 따른 책임이 있을 테고 거기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도 포함됩니다. 그 부분이 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대부분 기도를 통해 응답을 받거나 아니면 믿음으로 선택하고 길을 갑니다. 신앙의 연차가 쌓일수록 믿음으로 선택해야 할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고민이 있는 날은 늘 서론이 깁니다. 지금까지 제 선택에 후회를 한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믿고 또 용기를 내봅니다.
아크릴화 작업하시는 분들은 이제 하나하나 작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술사조로 구분하자면 '소박파(나이브 아트 Naive Art)'로 분류할 수 있겠지요. 홀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시니 보는 이도 즐겁습니다. 다음번 전시회에는 유명 사설 갤러리에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중급반 이용자분들 작업하는 모습이 더 진지해 보입니다. 전시회 날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약간의 공격성이 있는 자폐성장애인 한 분이 캔버스에 아크릴화 작업을 하고 싶어 하시는데 신디가 계속 막고 있습니다. 아직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입니다. 매일 컬러링 도안을 2~3개 가져가셔서 숙제로 해오시는데 오늘도 예쁘게 색칠해 오셨습니다. 재활용하는 캔버스에 한번 그려보시도록 하고 싶은데 신디가 막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조금 더 기다려봅니다.
새로 오신 수강생 중에 애착인형과 같이 오신 분(죠나단, 22세)이 있습니다. 저도 20대 중후반까지 애착인형과 같이 자고 지금도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딘가 마음이 끌립니다. 죠나단을 지켜주는 호랑이 친구 이름은 세바스티앙, 성별은 턱에 털이 있어 수컷이라고 소개해줍니다. 그림도 곧잘 그립니다. 언젠가 죠나단도 저처럼 씩씩하게 홀로 서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세바스티앙, 다음시간에도 형이랑 같이 오렴 또 보자!
펜드로잉 하는 팀은 의도한 건 아닌데 모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분들입니다. 아이껜은 오늘 바랑키야 카니발(Barranquilla festival)의 축제여왕(Reina del Carnaval)을 그렸습니다. 바랑키야 카니발은 콜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민속행사로 세계적인 축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 2023년은 다음 주 2월 18일부터 2월 21일까지가 축제기간인데 그래서 그린 듯합니다. 축제여왕의 표정이 고혹적이네요.
기초반은 오늘 한국전통문화(la cultura coreana) 수업을 합니다. 한국음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한복(Hanbok), 태극기(Taegukgi), 무궁화(Mugunghwa) 같은 상징물에 대해서도 알려드립니다. 도화지를 6개로 구획을 나눠 한 칸에 하나씩 그려봅니다. 특히 태극기 그리는 걸 어려워하십니다. 잠시 속으로 '보고 그대로 그리는 데 왜 틀릴까..'라는 교만한 생각이 스쳤지만 웃으며 여러 번 다시 알려드립니다. 마스크를 쓰면 삐죽 대는 제 입도 숨길 수 있고 표정이 읽히지 않으니 타인도 저도 자유합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후에 마당을 한 바퀴 돕니다. 식당 바로 앞에 우리나라 전통문양의 돌담이 세워져 있고 그 뒤편에 2019년 5월 개관식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식수 한 나무와 검은색 기념비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 검은색 기념비가 사라졌네요. 음. 동향보고차 코이카콜롬비아사무소(KOICA, Colombia) 코디님께 이 소소한 사태(?)를 공유합니다. ¿Qué pasa, DIVRI (무슨 일이야)?
(시편59:16) 나는 주의 힘을 노래하며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높이 부르오리니 주는 나의 요새이시며 나의 환난 날에 피난처심이니이다. But I will sing of your strength, in the morning I will sing of your love; for you are my fortress, my refuge in times of trouble.
2023.2.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