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모눈종이에 그림 그리기, 한지로 한복 종이접기 Hanbok origami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분반을 나눠 수업하기로 하고 오늘이 첫날입니다. 약간의 혼란이 있었는데 신디가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처음부터 엄격하게 운영하는 게 좋다며 몇 분은 돌려보냅니다. 콜롬비아 사람들 약속 개념 희미한 것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오늘은 모눈종이에 그래픽 한 그림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3D이미지 작업하는 데 유용하고 칸을 세어가며 계속 생각을 해야 하니 집중력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미지가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그리다 보면 관찰력도 좋아집니다.
어느 정도 따라 하실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칸을 맞춰 줄 긋는 연습을 같이 해보고 곧잘 하시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께 각각 다른 과업을 드립니다. 안드레스는 늘 연필심을 부러뜨릴 만큼 힘을 주고 그림을 그립니다. 행동이나 표정도 늘 잔뜩 긴장돼 있는데 그림 그리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실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림으로 그 긴장을 풀어내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넣어두고, 그저 그림을 좋아하시는 걸로 충분하다고 저를 다독입니다.
기대하던 대로 이 작업이 이용자분들께 인기가 있습니다. 일정하게 정해진 칸에 맞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불안이 가라앉고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오늘따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2시간이 금방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강생 한 분(로사)은 모눈종이 뒷면에 본인 가족 10명 정도의 이름을 적더니 제게 한글로 써달라고 합니다. 지난 주말 가족 식사자리에서 미술선생이 한국인이라 했더니 다들 한글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며 오늘 받아오라고 했답니다.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뭐든 알려드릴게요 물어봐주세요.
휠체어를 타는 이용자 한 분(라미레스)은 오늘 처음 오셨는데 그림을 잘 그리십니다. 그림을 전에도 그리셨는지, 어느 부분에 재활이 필요하신지 등을 여쭤보니 그림은 원래 좋아하고 지금은 왼손에 마비가 와서 재활 중이라고 하십니다. 종이 접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 한복(Hanbok)을 같이 만듭니다. 맞은편에서 그림 그리던 파트리시아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두 분과는 따로 남녀한복 접기를 합니다. 여자 한복은 색종이로, 남자 한복은 한지로 접었는데 역시 한지가 고급스럽습니다. 결과물은 가져가시도록 했는데 한지도 한복도 너무 예쁘다며 좋아하십니다.
세밀화를 그리는 안드리는 요즘 매일 거르지 않고 수업에 참석합니다. 가브리엘과 까르멘, 루이스와 죠반니도 항상 10분 일찍 와서 그림그릴 준비를 합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은 실력을 떠나 행복한 그 마음이 느껴지니 같이 작업하면 즐겁습니다. 까르멘은 아크릴화로 꽃만 그리다가 이번에 처음 초상화를 그리는데 어색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캔버스에 반쯤 작업한 둥글넓적한 여성 얼굴을 보여주십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는데 까르멘을 닮은 그림 속 여성도 어찌할 바 몰라하는 표정입니다.
오후 수업 마치고 4시에 회의가 있었습니다.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 행정직원, 재활코디네이터인 코워커들, 그리고 저희 봉사단원들이 참석대상입니다. 활동 상황은 어떤지, 애로사항은 없는지 등을 체크하고 5월에 있을 한국문화 체험의 날 행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땐 하루에도 수 차례 회의와 미팅이 있었는데 여기선 아주 가끔 회의가 있으니 반갑기까지 합니다. 5개월 남짓 남은 활동기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한계시록22:20) 이것들을 증언하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He who testifies to these things says, "Yes, I am coming soon." Amen. Come, Lord Jesus.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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