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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읽기ㅣ김선형, 노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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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읽기ㅣ김선형, 노벨문학상 수상 (세창미디어)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데미안>, <싯다르타>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리알 유희>는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세는 이 작품으로 1946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유리알 유희는 이처럼 위대한 고전이지만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닙니다. 저도 발췌본만 읽다가 마침 전자책 도서관에 해설집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대출해서 읽습니다.

 

먼저 '유리알 유희'라는 책의 제목에 대한 언급입니다. 책의 주인공인 요제프 크네히트(Knecht)가 유리알 유희의 의미를 성찰하는 장면에서 유희의 명인 토마스폰데어트라베가 크네히트에게 설명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토마스폰데어트라베는 맑은 눈과 따스함, 총명함, 명랑함을 지닌 인물로 크네히트가 각성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입니다. 

 

유리알 유희는 철학도 종교도 아니야, 독특한 훈련이며 그 성격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예술에 가장 가까운 쪽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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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깨달음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된 크네히트에 대해 후대 사람들이 그의 일생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쓰인 책입니다. 유리알 유희는 이 모든 과정에서 이상적인 교육자 상을 제시하는데 개개인의 고통과 갈등, 그 후의 깨달음을 통해 인류 전체를 위한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네는 완전한 가르침이 아니라, 자네 자신의 완성을 바라야 하네. 신성은 개념이나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네 안에 있어. 진리는 체험되는 것이지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야... 깨달음이란 사물의 진리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중심에 이르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카스탈리엔이라는 세계의 존재인데 속세와 동떨어진 유토피아로 묘사됩니다. 이곳에서 각성한 유리알 유희의 명인 크네히트는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데 이 부분이 마치 구원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세상과 카스탈리엔의 중간자로서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역할을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방법으로 교육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데 해설서에 따르면 주인공 크네히트(Knecht)는 이름부터 '봉사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위를 잃어버리더라도, 세상의 조롱을 받더라도, 녹슬지 않는 보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광과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 더 나은 미래의 완성을 위해 고통스러울지라도 봉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유리알 유희에 나오는 <단계, 1941>라는 시는 제 카톡 프사로 지정해 뒀을 만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데 깨달음을 통한 새로운 시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유토피아적 깨달음을 얻은 후 '이곳이 좋사옵니다'하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속세로 돌아가 인류와 시대를 위해 봉사하라는,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제겐 이만큼의 교훈으로 다가옵니다.  

 

해설집도 읽기 만만치 않지만 책 두께가 상당한 유리알 유희 본서를 읽기 전에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중간에 길을 잃고 완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시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입니다.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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