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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폴 발레리 Paul Valery 시집ㅣ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ft.폴부르제Paul Bou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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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폴 발레리 Paul Valery 시집ㅣ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ft.폴부르제Paul Bourget)


폴 발레리(Paul Valery, 1871-1945)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상징주의 시인입니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지독하게 운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평론가가 있을 정도로 위대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 표지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사랑한 시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One must live the way one thinks or end up thinking the way one has lived.'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말은 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5)의 시 '한낮의 악마(Le Demon de midi, 1914)'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출처가 잘 못 쓰인 명언 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폴 발레리의 문장으로는 'If people cannot attack the idea, they attack the thinker.'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떠한 사상을 깨부수지 않으면 그 생각이 사상가를 공격한다는, 약간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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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폴 발레리의 문장은 'An artist never really finishes his work, he merely abandons it.'입니다. 예술가는 결코 작품을 완성할 수 없고 단지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뿐이다. '마감'이 없으면 사람은 영원히 작품을 고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제가 쓴 글을 다시 읽거나, 그린 그림을 다시 보면 마음에 안 들고 부끄럽기까지 한 때도 있습니다. 정말 명언입니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마감'기한은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미라미스의 노래

 

존재하라.... 자,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새벽이 말한다)

아아,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가 하나의 육체를 형성할 시간이다. 

너의 불멸의 보석을, 다른 수많은 불 속에서 

꽃을 피우기에 충분한 하루를 서둘러 옮겨라.

 

진정한 시선으로 돌아가라. 너의 어둠에서 빠져나와 

 

이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싯구 일부를 적어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지금은 이런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세미라미스의 노래 Air de Semiramis, 1890>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연상됩니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인간의 의식을 각성시킨다는 걸 '..라고 새벽이 말한다'라는 표현으로 강조하는 듯합니다. 


젊은 파르크

 

서문 한 마리 뱀의 거처를 위해 '하늘'은 온갖 기적을 만들었는가.

- 피에르 코르네유 -

 

거기 누가 우는가, 바람이 아니라면, 이 새벽에 홀로, 

궁극의 금강석과 함께 있을 때.... 그나저나 누가 우는가

이토록 가까이에서, 내가 울려는 순간에. 

 

<젊은 파르크 La Jeune Parque, 1917>는 장편 시입니다. 한밤중에 깨어 꿈꾸는 듯한 상태에서 독백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가까이에서 내가 울려는 순간에 우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그리스도인인 제겐 예수님이 떠오르는 구절입니다.  

 

 

해변의 묘지

 

과일의 형태가 무너지는 입속에서 

그 존재의 상실이 쾌감으로 바뀔 때, 

과실은 향락이 되어 녹아들어 가는 것처럼

나는 지금 여기서 내 미래의 연기를 마신다. 

 

아름다운 하늘, 진실한 하늘이여, 보라, 변해가는 나를. 

그 많은 교만, 그 많은 불가사의함, 

그러나 힘으로 가득한 방심의 나태 끝에 

이 빛나는 공간에 내 몸을 맡기고 

죽은 자가 사는 집들 위를 내 그림자가 가로질러, 

힘없는 그 발걸음에 그림자는 나를 순응시킨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만 한다. 

한 면에 이는 숨결은 책을 펼쳤다 다시 닫고 

파도는 산산이 부서져 바위에서 내뿜어져 나온다. 

날아라. 날아라. 현기증 나는 책장들이여...

 

<해변의 묘지 Le Cimetiere Marin,1920>는 폴 발레리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그의 고향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의 세트(Sete) 언덕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시입니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만 한다. The wind is rising... we must attempt to live.' 이 구절로 유명합니다. 

 

종려나무

 

나무 그늘과 태양의 빛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 아름다운 신탁의 주인은

무녀의 지혜와 

잠을 모방하여 

같은 한 장소 근처에 

느긋하게 서 있는 종려나무는

부르는 소리에도 또 이별의 노래 소리에도 싫증 내는 법이 없습니다. 

아아,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요, 상냥함인가요. 

신들의 유일한 손을 기대하는 것이

아아, 얼마나 잘 어울리나요, 종려나무. 

 

나무를 좋아하는 제게 어김없이 시 <종려나무, Palme>가 보입니다. 나무 그늘과 태양 빛 사이에 나무가 존재한다는 표현이 정말 멋집니다. 느긋함, 지혜, 상냥함, 아름다움, 고귀한, 싫증 내는 법이 없는... 나무에 어울리는 수식어들이 다 담겨있습니다.  


2023.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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