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펜 두 개로 컨투어드로잉 Dibujo de contorno 따라하기 (ft.콜롬비아보고타미술교육)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에서 키우는 깐델라(Candela)는 주로 마당 잔디 위나 직원용 출입구에서 쉽니다. 급하게 들어가다가 깐델라를 밟을 수 있으니 늘 발밑을 잘 보고 다녀야 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직원용 출입구 발판 위에서 꿀잠 중입니다. 거의 자는 모습이나 쉬는 모습만 보여서 기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낯선 개를 보거나 자기 밥그릇을 노리는 비둘기가 보이면 귀를 펄럭이며 쏜살같이 달려가 쫓아냅니다. 목청도 우렁찹니다. 조심스럽게 깐델라를 피해 보안검색을 받고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갑니다.
기관 1층 로비에서는 주 3회 정도 인지장애가 있는 분들과 연세가 있는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을 진행합니다. 인지능력 개선과 치매 예방이 목적입니다. 저도 보드게임 좋아하는데 빈자리 있으면 잠시 내려가볼까 싶어 보니 기관장님이 이용자분들 격려차 와계시네요.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습니다.
오전 수업은 10시에 시작인데 미리 와서 수업준비를 하고 있으면 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고 노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혼자 작업이 가능한 중급반 수강생분들은 자유롭게 들어와서 작업하시도록 합니다. 루이스가 30분쯤 일찍 왔습니다. 루이스는 경찰 퇴직 후 DIVRI에 거의 매일 와서 운동하고 그림 그리는데 이용자분들께 제 부족한 스페인어 통역도 해주는 분입니다. 지금 작업 중인 노란색 헤어를 가진 인디헤나(Indígena)는 컬러감부터 강렬합니다. 결과물이 기대됩니다.
오늘은 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컨투어드로잉(Dibujo de contorno) 수업을 하려고 준비했습니다. 중급반 분들은 원래 컨투어드로잉 방식으로 사물을 보고 그리시도록 하고, 장애인 분들께는 펜 두 개를 테이프로 붙여 단순한 대상을 각자 정해서 그리시도록 합니다. 한번만 그어도 선이 두개 나오니 재미있어하십니다. 스케치 후에는 펜 두 개가 지나가며 만든 공간에 채색을 합니다. 오늘 수업도 빈자리 없이 꽉 찼습니다. 신디와 같이 돌아다니며 한분 한분 필요한 부분을 도와드립니다.
신디가 갑자기 놀란 토끼눈을 하고 저를 소리 없이 손짓으로 부릅니다. 안드리 그림을 보고 놀라서 부른 건데 지난해부터 아무리 권유해도 컬러를 사용하지 않던 안드리가 초록색, 브라운, 머스터드, 아이보리 등 색깔을 넣어 채색하고 있습니다. 둘이 마주 보고 기뻐하며 동영상으로 기록해 둡니다. 안드리는 경증의 정신장애와 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있는 분인데 항상 검정, 회색만 사용하고 어두운 목탄작업을 선호합니다. 오늘은 그런 안드리가 색깔을 사용한 기록적인 날입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은 오늘 작업을 조금 힘들어하십니다. 서로서로 옆 사람하는 걸 보고 하다 보니 옆에 앉은 분들끼리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시네요. 재미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가 그린 도안에 컬러링만 주로 하시다가 올해 새로운 걸 이것저것 시도하니 지난해에 비해 수업시간에 표정들이 조금 어둡고 과묵해지신 것 같습니다. 더 쉬운 걸 해야 하나 고민하니 재활을 전공한 신디는 오히려 조금 어려운 작업이 이분들께도 도움이 된다며 지금이 딱 좋다고 격려해 줍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좀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에는 구내식당이 있는데 현지인 직원들은 음식이 별로라 대체로 도시락을 싸 오거나 밖에서 먹습니다. 저는 오후수업이 있는 날은 편하게 구내식당을 이용하는데 오늘은 후식이 2개가 나왔습니다. 밀푀유(Milhojas) 케이크와 나띠쟈(Natilla) 푸딩인데 보자마자 '혈당스파이크'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조금만 먹어야겠습니다.
(출애굽기33:19)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내 모든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네 앞에 선포하리라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 And the LORD said, 'I will cause all my goodness to pass in front of you and I will proclaim my name, the LORD in your presence. I will have mercy on whom I will have mercy, and I will have compassion on whom I will have compassion.
2023.1.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