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보고타 강 Río Bogotá, 테켄다마 폭포 박물관 Museo Salto de Tequendama (ft.콜롬비아보고타)
테켄다마 폭포 바로 옆에 하얀색 집(Casa Museo Salto del Tequendama)이 하나 있는데 유령의 집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약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 한때 호텔로도 이용되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들어가 볼 생각이 없었는데 안개가 심해지고 빗방울까지 떨어져 비도 피하고 안개가 걷힐 때까지 시간도 보낼 겸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입장객이 거의 없는지 건물 밖에서 해찰하던 직원이 제가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지하 매표소로 갑니다. 캄캄한 안내소에 그제야 불을 켜고 컴퓨터도 부팅합니다. 입장료는 12,000 pesos(3천5백 원)입니다. 들어온 반대편으로 나가 지상으로 올라가면 하얀 집 출입구가 나옵니다. 역시나 앉아서 휴대폰 게임하던 직원이 저를 보더니 반색하며 안내를 시작합니다. 박물관 곳곳에 부착된 QR을 태그 하면 가이드가 나오는데 한국어 버전은 아직 없다며 미안해합니다. 한국어 버전 없는 걸 당연하게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고맙네요.
이 건물은 프랑스 개발청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복원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를 언급해 둔 걸 보면 추측컨대 프랑스 정부 ODA사업의 일환인 듯합니다. 입구에 유럽연합(EU) 국기와 프랑스 국기가 세워져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주문한 짙은 파란색이 들어간 국기는 아니네요. 짙은 파랑색이 눈에 익어 언뜻 프랑스 국기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1층 전시실은 테켄다마 폭포와 그 주변 식생에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그림으로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속한 재단은 주변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보고타 강(Río Bogotá) 수질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는 곳입니다.
발코니 밖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폭포소리와 빗소리로 이 앞에 폭포가 있고 비가 내린다는 걸 짐작할 뿐입니다. 이 집에 왜 계속해서 사람이 살지 않고 호텔도 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만화 같은 화풍의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림도 아니고 패널에 이미지를 출력한 거네요. 2층 계단 앞 복도에 테켄다마 폭포와 하얀 집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그림도 어딘가 느낌이 스산합니다.
전망대(Mirador Salto del Tequendama)로 내려가봅니다.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그래서 폭포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돌계단 틈에 자란 잎이 작은 풀, 빗방울이 맺힌 거미줄, 비를 피해 잎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빨간 꽃도 눈에 들어옵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장엄한 폭포가 분명하게 보였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조연들이 비와 안개 덕분에 활약하는 중입니다.
아까 타말(Tamal)을 조금밖에 못 먹었더니 출출하네요. 몸도 녹일 겸 박물관 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와 치즈(Agua de Panela con Queso), 알모하바나 빵(Almojábana)을 시킵니다. 여긴 개가 들어올 일은 없으니 혼자 맛있게 다 먹습니다. 카페에는 기념품도 팔고 테켄다마 폭포와 주변 식생에 관한 신문기사도 스크랩되어 있습니다. 재단의 비전이 잘 구현되길 기대합니다. 창 밖으로 빗소리가 점점 커지네요. 날이 개면 폭포 한 번 더 보고 가겠다던 희망은 접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보고타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길 옆 식당은 비와 안개를 피하러 들어간 바이커들로 자리가 꽉 찼습니다. 주변에 개들이 많은데 가만 보니 식당에서 밥 먹고 길 건너 냇가에서 물 마시고, 다시 식당에 밥 먹으러 가네요. 똘똘이들입니다. 버스도 한참 가까이 와야 앞 유리에 적힌 글씨가 보일 만큼 안개가 짙습니다. 덕분에 버스도 여러 대 놓쳤는데 기사님이 손 흔드는 저를 못 보고 지나치거나 제가 버스를 못 보고 보낸 게 벌써 3대째입니다. 마침내 네 번째 온 버스를 타고 보고타로 갑니다.
(요한복음3: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For God so loved the world 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shall not perish but have eternal life.
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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