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초콜릿맥주+박물관, 비야데레이바 Villa de Leyva 산책, 타말Tamal (ft.콜롬비아여행)
일찍 잤더니 새벽 5시쯤 눈이 떠집니다. 밖에 빗소리가 들리네요. 전날 밤에도 빗소리 들으면서 잠들었는데 밤새 비가 내렸나 봅니다. 커튼을 열고 발코니에 나가보니 안개까지 내려앉아 운치 있습니다. 산책하고 아침을 먹고 들어오면 되겠다 싶어 짐을 대충 챙겨놓고 준비해서 나갑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동네가 적막할 만큼 고요합니다. 골목은 밤새 누가 청소라도 한 듯 깨끗하네요. 우산을 받쳐 들고 걷는데 저처럼 혼자 산책 나온 사람들만 간혹 보입니다. 1박 2일로 여행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비야데레이바(Villa de Leyva)의 새벽감성도 역시 근사합니다.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노란색 할로겐등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새벽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 같습니다.
비야데레이바 중앙광장(Plaza Mayor de Villa de Leyva)에는 아무도 없고 대성당(Parroquia Nuestra Señora del Rosario) 입구에만 새벽 미사를 드리러 온 사람들이 우산을 받쳐 쓰고 모여있습니다. 광장을 지나 반대편 골목으로 갑니다. 작은 정원이 있는 수도원(Carmelitas de Villa de Leyva)이 있고, 조금 더 산 쪽으로 가다 보면 건물 외관이 웃는 얼굴 모양을 한 수도원(Claustro San Francisco)도 있습니다. 가까이 보려고 다가가는데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개 한 마리가 나와 섭니다. 표정이 꼭 자다 일어나서 부스스한 상태로 "누구요? 무슨 일이요?" 하는 것 같습니다.
비야데레이바 산 중턱에 예수상이 있는 전망대(Mirador El Santo Sagrado Corazon de Jesus)가 있습니다.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가는 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일부 구간은 기어서 가야 한다는 후기를 보고는 최대한 가까이 가서 올려다보는 걸로 계획을 변경합니다. 흙길이 시작되고 저 멀리 예수상이 작게 보입니다. 신발이 미끄러워 더 올라가지 않고 둘레길을 따라 산 구경만 합니다. 산 좋아하는 저희 엄마가 왔으면 좀 더 가보자고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산세가 아름답습니다.
2시간쯤 산책하고 나니 배가 고픕니다. 수프나 죽 같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먹고 싶네요. 조용한 식당 한 곳에 들어가 타말(Tamal)과 라테를 주문합니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6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손에 작은 병 여러 개를 들고 와서는 사달라고 합니다. 너무 귀여워서 작은 거 하나 사줄까 싶어 뭐냐고 물어보니 코카잎(Hoja de Coca) 가루라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사줄 수가 없네요. 잠시 대답할 말을 찾다가 "나는 이거 안 먹어"라고 말하니 그냥 갑니다. 문화차이가 있겠지만 어린아이가 저런 일을 한다는 게 뭔가 생각이 많아지게 하네요.
아침을 먹고 근처 버스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Villa de Leyva)에 보고타행 버스표를 사러 갑니다. 올 때 탔던 '신형·고급·대형'버스(Libertadores) 사무실에 가서 직행 시간표를 물어봅니다. 오후 3시 차 맨 뒷좌석 1개가 남았고, 출발시각이 더 이른 건 이미 매진이라고 합니다. 어제 미리 돌아가는 표를 사뒀어야 했나 봅니다. 직행은 아니지만 12시에 출발하는 다른 회사 버스표를 구입합니다. 중형버스라고 하는데 부디 차 컨디션이 괜찮길 바랍니다.
숙소에 짐 챙기러 갑니다. 비도 그치고 마을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초콜릿 박물관(Museo del Chocolate)은 어디나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오늘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걸 보니 초콜릿맥주(Cerveza de Cocholate)가 제겐 그리 매력적인 음료가 아닌 듯합니다. 비야데레이바 중앙광장을 마지막으로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날개를 활짝 펼친 새가 앵글에 잡혔습니다. 멋지네요.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터미널로 갑니다.
시간이 1시간쯤 남아 터미널 주변을 한 바퀴 돕니다. 동네 개들만 눈에 들어오네요. 11시 40분쯤 터미널로 빨간 버스가 들어옵니다. 기사님께 여쭤보니 보고타까지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시네요. 가는 동안 수시로 버스정류장 표시도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립니다. 기사님은 운전하면서, 버스요금 받으시고 수시로 휴대폰도 하십니다.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저는 다만 무사히 도착하길 기도할 뿐입니다. 오후 3시 30분쯤 보고타 쌀리뜨레 터미널(Terminal de Transporte S.A.)에 도착하고 집에 오니 4시가 조금 넘었네요. 1박으로 여행을 다녀오니 집이 더 제 집처럼 느껴집니다.
(여호수아1:8)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Do not let this Book of the Law depart from your mouth; meditate on it day and night, so that you may be careful to do everything written in it. Then you will be prosperous and successful.
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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