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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오직 두 사람ㅣ김영하, 소울메이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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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직 두 사람ㅣ김영하, 소울메이트 (문학동네)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많은 친구, 동료, 상사,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족히 수백 명은 될 텐데 그 가운데 마음을 나누고 지금도 사석에서 편하게 만나는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 3명 정도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의 지금 마음이 어떤지,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내가 뭘 도와야 할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이라는 책의 '오직 두 사람' 단편소설을 읽는 동안 그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누가 뭐래도 그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나 또한 그 사람만이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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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어쩌면 전 세계에서 이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들일지도 몰라요.. 결국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요. 저는 생각했어요.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재미있는 상상이면서 동시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하는 가정입니다. 언젠가 저와 영혼까지 꼭 닮았다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친구가 해외로 떠나고 몇 달을 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혼자 남겨진 고독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됐는데 그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친구와 저만 사용하던 우리의 언어가 있지 않았았을까. 그런데 더 이상 그 언어로 소통할 사람이 없어졌으니.. 모국어를 더는 쓰지 못하고 다른 언어를 써야만 했겠지요.


"미국에 살아서 그런지 현정이는 말투가 딱 부러져요.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글을 써서 그런가 봐요. 대학 시절 조별 과제 할 때 준비 모임에는 전혀 안 나오다가 마지막에 뒤늦게 나타나서는 이게 잘못됐네, 저게 문제네, 이러는 애들 있잖아요? 꼭 그런 사람들처럼 얄미웠어요." 

 

빈틈없이 딱 부러지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반박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논리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을 보면 소름이 끼칠 때도 있습니다. 저는 논리보다는 감정이 우선이라 논술 시험을 보거나 에세이 과제를 할 때 논점을 이탈하지 않으려면 무진 애를 써야 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거의 매번 울타리를 넘어가는 저의 논리는 주된 지적거리입니다.   

 

 

저에게는 아빠가 모국어예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엄마는 단호하게 말렸어요. "그 인간은 그렇게 살다 죽을 거다. 넌 할 만큼 했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가 많이 하는 추임새 중에 '그래도..', '그냥..'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거죠. 당신이 옳고, 그것이 더 좋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럴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건 대부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누군가의 모국어는 '느낌'이라는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현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라는 대상에게 글을 씁니다. 

 

전 이제 괜찮아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도 알아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그게 막 두렵지는 않아요. 그냥 좀 허전하고 쓸쓸할 것 같은 예감이에요.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된 탓이겠죠. 


이 세상에 수많은 '현주'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습니다. 저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시간을 초월해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를 위로하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따라 제 친구가 더 보고 싶네요.


 

2022.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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