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크리스마스 카드 Tarjeta de Navidad 만들기, 22년 미술작품 전시회 Exposición 준비
2022년 마지막 수업 날입니다. 오늘은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이젤이랑 캔버스를 1층 로비로 내려야 합니다. 이미 미술실은 전시회 준비로 어수선해서 오전에 수강생분들이 너무 많이 오시지 않길 바라봅니다. 내일 전시회에 작품을 내는 몇몇 분들(까르멘, 루이스, 가브리엘)이 일찍 오셔서 그림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옆에서 태그 오리고 있는데 장애인 그룹 이용자분들이 10여분 정도 오십니다. 일단, 신디를 부르러 갑니다. 자리를 척척 만들어내는 신디를 보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경력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흰색 마분지를 오려서 크리스마스 카드 사이즈로 만들고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봅니다. 루돌프(Rodolfo)와 산타클로스(Papá Noel)를 그리는데 늘 그렇듯 다들 예시물 보다 재미나고 귀여운 캐릭터를 그립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은 오래 앉아 집중하는 걸 어려워하셔서 쉽고 간단하게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카드 만들기 수업이 반응이 좋습니다. 수영 수업하다가 그림 그리러 가야 한다고 옷만 갈아입고 오신 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림을 그립니다. 물에 통통 부은 손으로 그림 그리시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점심 후에 본격적으로 이젤에 그림을 붙입니다. 한참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해서 보니 오후수업 들으러 오셨다며 두 분이 서계십니다. 아마 신디가 연락을 돌리다가 누락된 듯합니다. 지체장애가 있는 아들(하메르스)이 수강생인데 아버지(하메쓰)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헬스장에서 1시간만 운동하고 올 테니 제게 아들을 좀 돌봐("Por favor cuídalo.") 달라고 합니다. 미술실이 엉망이지만 자리 하나를 마련해드리고 컬러링 하시도록 준비해드립니다.
옆에서 계속 작업하는데 또 두 분이 오셔서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감사하게도 그럼 제가 하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하십니다. 셋이 작업하니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쭉쭉 붙여나가는데 하메르스의 아버지가 운동을 마치고 오셨네요. 집 가자고하니 하메르스가 프랑스랑 모로코 월드컵 축구 경기 다 보고 간다며 이번엔 아버지에게 기다리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부자지간입니다. 결국 아버지(하메쓰)도 같이 총 4명이 전시회 준비를 합니다. 든든하네요.
3시 30분쯤 회의 마치고 온 신디까지 합세해서 결국 4시 전에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혼자 했으면 야근할 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작은 캔버스(Lienzo)에 한 작업물은 핀을 꽂아 이젤에 걸어둡니다. 종이 접기랑 컬러링 한 것도 각각 한 칸씩 할애해서 붙여둡니다. 태극기(Taegukki) 종이접기는 4개를 동서남북에 하나씩 붙입니다. 우리나라 국기(La bandera de Corea del sur)는 볼수록 예쁩니다. 다 붙여 놓고 나니 지난 3개월 동안 했던 수업이 그림만 봐도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제 수업에 오시는 이용자분들께 늘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Gracias por venir)" 라는 인사를 드리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중남미 미술을 떠올릴 때 강렬한 원색 이미지가 상징처럼 떠오르는데 그동안 작업한 그림들을 둘러봐도 강렬한 원색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딱 제 스타일입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분들이 오실까, 어떤 그림을 그리실까 기대가 됩니다. 이젤이랑 캔버스는 오늘 오후에 1층 로비에 내리려고 했는데 도와주실 분들이 모두 퇴근을 하셔서 내일 아침 일찍 하기로 합니다.
(이사야26:3)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에 평강으로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 You will keep in perfect peace him whose mind is steadfast, because he trusts in you.
2022.12.
글약방her 씀.